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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주사바늘 자국 없는데 소변검사 '필로폰 양성'…판결은?

등록 2023.03.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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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결과는 '양성'인데 주사기·자국은 없어

"손님이 몰래 탄 술 먹어…자의 아냐" 주장

法 "투약 경위 불특정…타의로 투약 가능성"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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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소변 검사에서 향정 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A씨. 하지만 이를 주입한 흔적은 없었다.

그는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며 손님이 술에 몰래 타 놓은 필로폰을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에 선 A씨에게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유흥업소 종업원인 A씨는 지난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2020년 11월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모처에서 필로폰을 불상의 방법으로 투약했다는 것.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소변 검사. 국과수가 2020년 11월11일 A씨로부터 채취한 소변의 정밀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문제는 A씨가 어떤 방법으로 필로폰을 투약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검찰 역시 공소사실에 필로폰 투입 시기만 명시했을 뿐 그 방법에 대해서는 '불상'이라고 표현했다.

법원은 A씨를 유죄로 판단했을까.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정철희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몇 가지 근거를 들었는데 먼저 A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일시, 장소, 방법이나 경위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A씨는 수사 당시부터 공판까지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손님이 몰래 술에 필로폰을 타 건네준 것으로 자의로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정 판사는 이 역시 정황상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A씨가 사건이 발생했던 2020년 11월 초 부산에서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며 "물X을 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던 점도 근거로 들었는데, A씨 주장과 같이 타의로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 판사는 "형사 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에 확신을 갖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유죄가 의심된다고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A씨)이 본인 의사로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점이 합리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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