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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배우로 빛나는 소리꾼 이자람의 연극 '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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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06 17:59:21  |  수정 2021-05-06 1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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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오일'. 2021.05.06. (사진 = 황선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상이 바뀌어서 남자들이 좀 나아지고, 여자들도 힘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틀렸어. 노년이 된 남자들은 여전히 20대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여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은퇴를 당해. 동지애로 뭉쳤던 여자들도 할머니가 되어 손주 곁으로 도망쳐. 결국 명석한 여자들만 홀로 남게 돼. 왜냐하면 그 여자들은 항복할 수 없었고 너무 강했던 거니까."

연극 '오일'에서 배우 이자람의 입을 빌린 '메이'의 대사는 대한민국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연극은 '사랑받는 사람'이 아닌, '살아남는 사람'이 되고자 치열하게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영국 극작가 엘라 힉슨이 '메이'와 '에이미'라는 두 모녀(母女)의 관계를 그린 서사시다. 1889년 영국의 콘월에서 출발해 1908년 영국의 식민지 페르시아, 1970년 햄스테드, 2021년 바그다드, 그리고 2051년, 다시 콘월로 되돌아가는 한 세기 톺아본다.

석유의 흥망성쇠 속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고민하는 메이는 새로운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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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오일'. 2021.05.06. (사진 = 황선하 제공) photo@newsis.com
촛불 하나에 의지한, 캄캄하고 좁은 콘월의 시골집에서 살아가던 메이는 뱃속에 든 아기와 함께 집을 뛰쳐나온다. 노르웨이의 작가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로라가 인형처럼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집을 뛰쳐나온 이후 여성 서사는 집을 나온 이후 만들어진다.

연극 '오일' 속 여성들은 전쟁·자본·남성들의 틈바구니에서 성공이 아닌 생존을, 쉼이 아닌 숨을 위해 불행과 무력을 감당하고 버티어낸다.

'석유 관련 이야기'는 주로 남성 중심이었다.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첩보전 영화 '007 언리미티드'(1999), 오일러시와 인간의 욕망을 엮은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2007) 등이 예다. '오일'은 거기에 반기를 드는 쾌감이 있다. 메이가 리비아의 석유를 둘러싼 정치·경제·국제 문제를 두고 남성들과 씨름할 때가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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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오일'. 2021.05.06. (사진 = 황선하 제공) photo@newsis.com
정극에 처음 제대로 도전한 이자람을 소리꾼이 아닌 배우로서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소리가 없어도 이자람은 무대에서 빛을 낸다. 극의 조명은 점차 밝아지는데, 그건 메이가 밝은 빛을 따라 가는 걸 상징한다.  이자람과 파트너를 이루는 에이미 역의 박정원도 발군이다.

'오일'은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9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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