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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비틀쥬스', 쉴새 없이 끼부리는 역할 혼신 다해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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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09 00:59:00
1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라이선스 초연
'98억년간 산 비틀쥬스' 정상화와 번갈아 출연
"외로움 여행하는 과정...코로나 시대 울림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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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비틀쥬스' 유준상. 2021.06.08.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 1.5세대 대표 배우 유준상(52)도 뮤지컬 '비틀쥬스' 앞에서 혀를 내둘렀다.

오는 18일부터 8월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라이선스 초연하는 이 작품은 1988년에 제작된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가 원작이다.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준상은 98억년을 산 비틀쥬스를 정성화와 함께 번갈아 연기한다.

기괴하지만 무섭지 않고, 독특하지만 특별함 매력을 지녔다. 이미 죽었기에 죽지 못하고, 이미 죽었기에 살지도 못한다. 자신과 똑같이 오도가도 못하는 유령친구가 그는 절실하다. 무엇보다 노래, 춤, 연기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끼를 부려야 하는 역할이다.

1995년 연극으로 연기판에 들어와 1997년 '그리스'로 뮤지컬에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한 유준상은 "'그리스' 때처럼 연습을 하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나 '비틀쥬스'로 변신하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떤 점이 힘들었습니까?

"제 인생에서 모든 공연했던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였어요. 비틀쥬스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커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을 해왔어요. 뮤지컬이 주는 힘은 대사와 노래가 다가 아니에요. 그 속에 정서죠.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노래를 말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식 유머가 강한 뮤지컬로 알려져 있죠. 한국에서 잘 통할까요?

"처음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상황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나오더라고요. 비틀쥬스는 98억년 동안 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말이 많아요. 그래서 음악 템포도 빠르죠. 만약 템포가 100이라면 144, 166 메트로놈(음악의 템포를 올바르게 나타내는 기계)이죠. 번역을 했을 때 말들이 잘 전달이 돼야 하는데 김수빈 작가가 번역도 잘 해줬습니다."

-2019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무대적 상상력으로 호평을 들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세트, 추락이나 공중부양 등 마술 같은 연출 기법과 거대한 퍼핏이 기대를 모으지만 한국에선 낯선 작품이라 흥행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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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비틀쥬스' 유준상. 2021.06.08.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이야기가 명쾌해요. 외로움을 여행하는 과정이죠. 지금 코로나19 시대에 마음 속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어요. 앞으로 만들 영화가 죽음에 대한 것인데, '비틀쥬스'가 명쾌한 답을 주더라고요. 유령으로 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인간 때와 다를 바가 없는 삶을 겪게 되는 상황이 관객들에게 더 재미있게 파고들 거 같아요."

-배우도 참 외로운 직업이죠?

"많이 외롭죠. 제 액면은 젊지만, 살아온 지 반백년이 넘었습니다. 하하. 외로운 삶을 극복하기 위해 무대에 계속 서는 거 같아요. 이런 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쉰살이 넘으셨지만, 강한 체력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도 이번 작품이 힘들었다고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마스크 쓰고 연습을 하는데, 춤을 추고 나면 하늘이 노랗게 보여요. 마스크를 벗어도 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마스크를 쓴 채 단련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하지만 신나는 정서에 맞춰 춤을 추고 나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순간을 맛보게 되더라고요. 몸을 단련해야 했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때보다 더 말랐어요. 그 때는 먹지 않았고 지금은 먹는데도 한번 연습을 하고 나면 살이 빠집니다. 근육이 손실돼 몸만 남았어요. 그런데 몸이 가벼워서 더 잘 움직일 수 있어요."

-'그날들' '프랑켄슈타인' 창작뿐만 아니라 이번 '비틀쥬스' 같은 라이선스까지. 주로 국내 초연 작품에 많이 출연하셨습니다.

"저 역시 처음 보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누군가가 이미 보여준 것 제가 안 해도 될 거 같죠. 재미있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배우로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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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비틀쥬스' 유준상. 2021.06.08.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50세를 뜻하는 '지천명'은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배우의 뜻을 아실 거 같나요.

"'비틀쥬스' 처음 연습할 때 3~4주는 엄청난 좌절를 겪었어요. 제가 이십몇년 동안 훈련해온 것이 한 순간에 소용 없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런데 30~40대 때는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에요. 나의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제게 좋은 영향이 됐습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 출연하시는 작품이 다 흥행이 돼 부담도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죠. 하하. 공연은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그리고 부담은 안 돼요. 공연은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분위기를 느낄 때 행복해요. 그것이 공연의 재미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뮤지컬계를 위해 한국뮤지컬협회에 1억원을 최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워요. 예전 열악함을 생각하면 뮤지컬계가 대단히 발전한 건 맞지만 여전히 무대는 지켜야 할 곳이죠. 코로나19 가운데도 '쇼 머스트 고 온', 공연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런 힘든 시기에도 공연을 보면서 인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관객이 객석에 있는 순간만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전달해드리는 것이 목표예요. '비틀쥬스'가 그런 작품이고요. 처음엔 10년 동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싶었는데 예순살까지 '저 세상 텐션'을 갖기는 쉽지 않죠. 하하. 다만 5년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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