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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는 K아트&책]검색어:삶의 의미...화가 노은님 '무위자연'

등록 2022.06.05 05:00:00수정 2022.06.05 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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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노은님, 사랑하는 사람들, 2017, Acrylic on canvas, 22.5ⅹ16cm

【서울=뉴시스】노은님, 사랑하는 사람들, 2017, Acrylic on canvas, 22.5ⅹ16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구글에 ‘삶의 의미’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600만 개가 넘는 검색 자료가 뜬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어떤 책을 읽다가 알았다. 독서 중에 그런 내용을 읽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구글에 ‘삶의 의미’라는 검색어를 실제로 입력해 보았다. 그랬더니 0.26초 만에 웹문서만 2250만 개가 떴다. 이미지, 뉴스, 동영상, 도서 분야의 검색 결과까지 합하면 모두 몇 개가 산출될지 모르겠으나 웹문서가 2000만 개가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깊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업작가 33년 차,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소설가 박상우의 이야기다. 소설을 쓰는 것도 욕망의 두레박질이라는 자각을 얻은 후 살아 생전 삶과 죽음이라는 생성과 소멸의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답을 얻고 싶었는데, 자신만 인간과 인생의 문제에 골몰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그래서 '검색어: 삶의 의미'가 에세이로 나왔다.
 
[아침에 보는 K아트&책]검색어:삶의 의미...화가 노은님 '무위자연'




디지털 문명과 과학 문명의 진보로 인간과 인생, 우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낡고 오래된 가르침들의 마취와 세뇌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이 가는 길을 도의 이정표로 삼으라'며 '시련을 두려워하는 인생은 스스로 움츠러들어 세상에 쓰임새가 없어진다'고 전한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나'라며 문제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나 자신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않고는 실현 불가능하다. 부질없는 욕망을 부리면 부릴수록 인생은 괴로워진다"고 조언한다. "욕망을 내세우지 말고, 그것에 휩쓸리지 말고 주어지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라"고.
[서울=뉴시스]노은님, 빨간 구름, 1987, Mixed media on paper, 71.5 x 101.5 cm

[서울=뉴시스]노은님, 빨간 구름, 1987, Mixed media on paper, 71.5 x 101.5 cm



이 말에 공감하는 화가가 있다. 그의 인생사는 '어떻게 저런 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한하다. 파독 간호 보조원 출신으로 세계적인 화가가 된 노은님 화백 이야기다.  아무리 들어도 '신기한 인생'을 살고 있다.

1946년 전주에서 9남매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중학생때 집안이 폭망하면서 생업 전선에 나섰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 면사무소에 취직한 건 행운이었다. 결핵 관리요원으로 일하다, 우연히 본 '파독 간호사 모집' 신문 광고는 전혀 다른 세상을 열어줬다.

1970년 스물세살 파독 간호 보조원에 뽑혀, 생전 처음 비행기에 올라탄 후 인생이 달라졌다. 독일에 오기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 초상화를 그려본게 다였지만, 힘들 때마다 그려 놓은 스케치북이 간호장 눈길을 끌면서 재주를 인정받았다. 1972년 함부르크 시립병원 회의실에서 전시한 '노은님 그림'은 행운의 여신이 됐다. 함부르크 국립미술대학에 입학하게 했고, '세상에 없던 그림을 그리는 동양 화가'로 유명세를 탔다. 독일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 교수를 지냈고, 55세엔 독일인 동료 교수와 결혼도 했다. 일흔이 넘은 그는 독일 서남부 헤센주 미헬슈타트에 1000년이 넘은 고성에 딸린 극장을 개조한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고 살고 있다.
[서울=뉴시스]노은님, 무제, 1986, Mixed media on paper, 118.7 x 180 cm

[서울=뉴시스]노은님, 무제, 1986, Mixed media on paper, 118.7 x 180 cm



새, 나뭇잎, 벌레 등 자연 풍경을 천진난만하게 그려내는 무위자연(無爲自然)그림으로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인기다. '그 옛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었냐'고 묻자 노 화백은 말했다. "나는 일부러 힘쓰고 그런 걸 쫒아 다니지 않아요. 받아들이니까 모든 게 술술 풀리더라고요. 항상 고민하고 번민한 때를 돌이켜보니 남들과 비교를 많이 한 거에요. 저 사람은 남자도 있고 돈도 많고, 나는 없는 게 더 많은 사람이라고... 제일 멍청한 짓을 한 거죠." 
정말로 삶은 끊임없는 자기극복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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