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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넷플 새해 첫 법정戰…"망값 감정해보자" vs "무정산인데 왜?"

등록 2023.03.29 18: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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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대가' 공판 8차 변론기일…망 이용대가 감정 방법 심리 시작

SKB, '제3자 기관 위임' 감정 방법 제시…넷플, 내달까지 의견 제시 예정

[필라델피아=AP/뉴시스]넷플릭스 로고. 2018.07.17.

[필라델피아=AP/뉴시스]넷플릭스 로고. 2018.07.17.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새해 첫 '망 이용대가' 공방이 새 전장에서 펼쳐졌다. 양사가 지난해 말까지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망 이용대가 정산과 관련해 대립을 이어갔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망 이용대가 문제의 명확한 해결을 위해 제3자의 감정으로 구체적인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무정산을 원칙으로 망 이용대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감정의 필요성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새해 처음 열린 법 공방…SKB vs 넷플, '무정산 피어링' 이견 재확인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는 29일 오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8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망 이용대가의 감정 진행 여부 및 방법을 중심으로 양측의 논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양측은 공판 시간 대부분을 그간의 경과를 재확인하는 데 할애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 측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콘텐츠 사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이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의 '퍼블릭 피어링(다자간 연결)' 방식이 적용됐던 시애틀의 인터넷 연결지점(SIX)에서 '프라이빗 피어링(양자간 연결)'의 도쿄 BBIX로 연결지점을 바꿀 때 망 이용대가 지불과 관련한 어떠한 합의가 없었다고도 했다.

피어링의 기본 원칙은 '무정산 방식'이고 별도의 합의가 없었던 만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어떠한 증거나 근거도 없다는 게 넷플릭스의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또한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며 망 이용대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별도 합의가 없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당시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이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는데,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고 자의적으로 SIX를 통한 퍼블릭 피어링을 택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언급한 망 중립성, 빌앤킵(상호무정산) 등 인터넷 기본원칙에 대해서는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이 망 상호접속의 유상성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암묵적인 원칙만을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B "망 이용대가 제3자 기관에 감정 맡기자" vs 넷플 "유사 사례도 없는데 감정 필요성 공감 못해"

망 이용대가 산정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는 ISP가 CP에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의 적정 요금을 산정해 객관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국내 ISP들도 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타사 단가와의 비교를 통해 보다 공정한 감정을 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 측은 "감정의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은 법원이 지정하는 감정인의 전적인 재량에 속하므로 SK브로드밴드는 향후 지정될 감정인이 선택하는 감정방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감정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1명의 감정인이 아닌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감정을 맡아야 하고, 시장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의 국제·국내 망과 비슷한 형태·품질의 망을 이용하는 다른 거래 사례와 비교하면 망 이용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와 유사한 거래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CP와 넷플릭스를 동일하게 보고 똑같은 기준에서 감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만 이뤄지는 망 접속 사례를 글로벌 CP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의 경우와 비교할 만한 거래 사례가 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당장 감정 가능 여부부터 판단해야 하고, 감정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감정 문제를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재판부는 감정 가능 여부를 차치하고 '감정 방식'의 적정성을 우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SK브로드밴드가 제시한 방법에 대한 넷플릭스의 의견까지 듣고, 재판부가 감정 필요성과 가능성, 방식을 모두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재판부의 중재를 받아들여 오는 4월 19일까지 SK브로드밴드가 제시한 감정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후 SK브로드밴드 또한 넷플릭스의 의견에 대한 추가 의견을 5월 8일까지 제출하게 된다.

다음 공판 기일은 이같은 조율 과정을 모두 거친 뒤인 5월 15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9차 변론기일에서는 감정 방식과 관련된 양측의 의견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변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공판은 지난달 진행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이용대가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본격 부상한 이후 처음 열리게 됐다. 다소 사그러들었던 망 이용대가 논쟁이 MWC를 계기로 재점화된 만큼 업계는 물론, 관련 법안 입법을 추진 중인 정치권에서도 향후 재판 향방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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