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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론 갈등에 '패드립' 논란까지…설상가상 혁신위

등록 2023.11.28 06:00:00수정 2023.11.28 09: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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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발언 논란에 27일 공식 일정 취소…당일 공개 사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0차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0차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설상가상의 국면에 직면했다. 혁신위가 희생을 요구한 친윤-중진-지도부가 버티는 데다 연이은 설화까지 겹쳐서다.

이에 혁신위가 오는 30일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에 대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불출마)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더라도 설화 리스크가 혁신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26일 당 행사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준석이가 도덕이 없는 건 부모의 잘못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인 위원장은 당시 "한국의 온돌방 문화는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앞서 "준석이가 버르장머리 없지만 그래도 가서 끌어안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것으로 알려져 당초 발언 의도는 '이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발언이 알려진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하는데 부모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패드립(패륜적 농담)이 혁신이냐"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다음날인 27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패드립이 혁신인가"라며 "나이 사십 먹어서 당대표를 지냈던 정치인한테 '준석이'라고 당 행사 가서 지칭한다는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도 인 위원장을 맹폭했다. 인 위원장 개인을 넘어 혁신위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의 영역에서, 특히 공개된 당원들 앞에서 이렇게 부모님 욕까지 한다는 것은 완전히 선을 넘은 것 같다. 'K꼰대'스러운 발언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허은아 의원은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 위원장에 대해 "꼰대 중에 꼰대"라고 날을 세웠다.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원장부터가 혁신대상인 듯하다"고 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원수지간에도 부모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혁신위 수명이 다한듯 하다.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말이냐"며 "이 전 대표에게 사과하고 혁신위를 해체하는것이 그나마 당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 하자. 쪽팔리지 말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광역 단체장 등도 인 위원장 비판에 동참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부모님을 끌어들이게 된 건 적절하지가 않다"고 짚었다. 이용호 의원도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개인을 비판하기 위해 부모를 끌어들이는 건 선을 넘은 것이다. 아주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구상유취라고 양 김을 비방하던 옛날 유진산 대표가 연상된다"며 "이준석은 버릇없는 것이 아니라 당돌한 것"이라고 적었다.

인 위원장은 27일 언론에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개인 일정에 나섰다. 인 위원장의 갑작스런 일정 취소를 두고 자신을 향한 비판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논란 하루 만에 입장문을 내어 "제가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하게된 것 같다"며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인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혁신위는 30일 현장회의 이전까지 화상회의 등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의 화제성이 혁신위 초반 안착에 기여한 것을 고려하면 잠행이 현실화되면 혁신위 동력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인 위원장의 발언과 행보가 혁신위에 대한 기대를 높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인 위원장이 타격을 받으면 혁신위의 추진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지난 23일 불출마 권고안 의결 시점을 두고 토론 중 김경진 혁신위원이 당일 의결을 요구하는 비정치인 출신 혁신위원들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체제 시간끌기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허은아 의원은 당시 김 혁신위원의 발언을 거론한 뒤 "앞으로 불공정 공천의 증거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며 "인요한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통합이었나. 통합은 무슨"이라고 비꼬았다.

인 위원장은 24일  비정치인 출신 혁신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사퇴 논란을 수습했다. 그는 25일 차기 총선 험지 출마설이 대두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찬 회동에 나서 원 장관에 힘을 실으면서 동시에 당 지도부와 중진들, 친윤 핵심들에게 '희생'을 압박했다. 당 주류는 지난 3일 혁신위 권고에도 불출마 등을 거부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인 위원장의 원 장관과 회동은 당일 김기현 대표가 지역구에서 불출마 권고안을 거부하는 것로 해석될 수 있는 의정보고회를 연 것과 대비돼 혁신위가 추진하는 불출마 권고안 정식 의결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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