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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예보관 "날씨는 OX퀴즈 아냐…미워하진 않았으면"

등록 2024.01.23 08:20:45수정 2024.01.23 0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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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대로 24시간 예보 업무 담당

"강수 시간 일부 조정될 때 있어"

예보 정확도 위해 수없이 회의해

이목 집중되는 날은 키워드 예보

"성탄절 눈 예보 놓고 검토 거듭"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향민 기상청 예보관이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22.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향민 기상청 예보관이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예보 정확도라는 것 자체가 개인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모두의 동의를 얻는 건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 예보 적중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만난 윤향민(31) 예보관은 기상청 예보 정확도 논쟁에 관해 조심스럽게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윤 예보관은 1993년생으로 기상청 내에서 제일 젊은 축에 속하지만 예보관 업무만 벌써 4년차로 기습 폭우부터 유례없는 폭설, 가뭄 등 각종 기상 상황을 겪었다.

기상청 예보관들은 매일 오후 2~3시와 오전 2~3시 회의에서 생산한 예보를 각각 오후 5시와 오전 5시 전후로 발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4개 조로 나뉘어 오전 8시~오후 7시 또는 오후 7시~오전 8시 근무에 투입된다.

윤 예보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보 적중률 지적에 관해 "기상청이 수식으로 산출하는 정확도와 국민이 체감하는 정확도가 많이 다를 것 같다"며 "오후 4~5시에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오후 5시 이후에 외출한 사람은 비가 오고 있으면 예보가 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수 시간이 10~20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청'이 아닌 '중계청'이라는 비판을 받는 데 대해선 "변화하는 날씨 상황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기상청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날씨 예보는 OX퀴즈가 아닌데 다 맞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실제 지난 17일 점심 시간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예보보다 강한 눈이 내리면서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예보관은 "앞으로도 수시로 기상 정보에 관해 국민과 소통할 건데 기상청 예보를 OX로 나눠버리면 기상 상황 변화를 설명하는 예보관 업무를 하면서도 변명하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기상청을 너무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향민 기상청 예보관이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24.01.22.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향민 기상청 예보관이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24.01.22. [email protected]


기상 대응 최일선에 있는 기상청 예보관들은 위험기상을 포함해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치면 수시로 회의하며 정확도 높은 결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윤 예보관은 "폭설 등 위험기상이 예상되면 예상 적설량 조정이나 특보 지역 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시로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초로 한반도를 남북 방향으로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대표적이다.

카눈이 한국에 상륙한 지난해 8월10일 일선에 있었던 윤 예보관은 "보통 태풍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카눈 같은 경우에는 직선으로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경로가 나와 예측치가 실현될지를 수없이 토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는 서울이 8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지 예보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의 검토를 거쳤다고 한다.

윤 예보관은 "서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가능성은 중기 예보 때부터 제기됐는데 바람 속도나 방향에 따라 눈이 서울을 비껴갈 수도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진짜 최종, 최종의 최종, 최최종 버전 예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향민 기상청 예보관이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2.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향민 기상청 예보관이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2. [email protected]


기상청은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이 기상 상태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날은 저마다의 키워드에 중점을 두기도 했다. 추석은 달맞이, 신년은 해넘이와 해맞이 그리고 수능은 한파 등에 이목이 집중되는 등 양상이 달라서다. 수요에 부합하는 기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기상청은 이제 3주 앞으로 다가온 설날에는 차량 이동량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강수 예보를 비롯해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블랙아이스) 등 교통안전에 초점을 맞춘 기상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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