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노래로도 아로새긴 부성…정여진 '아빠의 말씀'·예진 '첫 걸음'
등록 2026.10.31 08:06:01
자식을 품에 가두지 않고 떠나보낸 어른의 얼굴
음표로 완성한 시대의 온기
권위 벗고 자녀의 꿈과 독립 지지
초록우산 실천으로 완성한 참된 부성애
2020년 '슈가맨'·2022년 '불후의 명곡' 출연도
![[서울=뉴시스] 최불암. (사진 = JTBC '슈가맨' 캡처)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1/NISI20261031_0002279202_web.jpg?rnd=20261031075538)
[서울=뉴시스] 최불암. (사진 = JTBC '슈가맨' 캡처)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9일 별세한 '국민 아버지' 배우 고(故) 최불암(87)이 1981년 음반에 나지막이 얹어놓은 이 한마디는 4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여전히 한국 대중문화사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브라운관을 지키며 시대의 애환을 품어 안았던 고인이 마이크 앞에서도 세대를 보듬는 '한국적 부정(父情)의 원형'을 오롯이 드러낸 순간이다.
고인은 1981년 아역 가수 정여진과 함께 기획 앨범 '아빠의 말씀'을 발표했다. 히트 작사가 지명길이 기획과 개사를 맡은 동명의 타이틀곡은 할리우드 명배우 앤서니 퀸과 찰리가 부른 '라이프 잇셀프 윌 렛 유 노(Life Itself Will Let You Know)'를 우리말로 번안한 곡이다. 작곡가 고(故) 정민섭의 열 살 딸로 모친상을 겪은 직후 정여진과 최불암이 주고받는 다정하고 뭉클한 대화는 발표 직후 대중의 가슴을 크게 울렸다.
이 음반은 1980년대 한국 사회에 각별한 문화사회적 균열과 울림을 남겼다. 당대를 지배하던 가부장적 권위와 훈계의 틀을 벗어나, 자녀를 온전한 독립 인격체로 인정하는 새로운 부성애의 태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내가 쓰러지면 그냥 놔두세요 / 나도 내 힘으로 일어서야죠"라고 외치는 아이의 당찬 발언을 가로막지 않고, 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고인의 목소리는 억압 대신 신뢰로 지탱되는 건강한 가족의 이상을 앞서 보여줬다. "세상은 네 것"이라며 아이에게 세계를 활짝 열어주는 아버지의 태도는 그 자체로 시대의 위안이었다.
![[서울=뉴시스] '아빠의 말씀' 커버. (사진 = RIAK 제공(멜론 캡처))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1/NISI20261031_0002279194_web.jpg?rnd=20261031072603)
[서울=뉴시스] '아빠의 말씀' 커버. (사진 = RIAK 제공(멜론 캡처))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음악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2020년 JTBC '투유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직접 제보자이자 슈가맨으로 나서 39년 만에 성인이 된 정여진과 눈물의 재회를 이뤄냈다. 이어 2022년 KBS 2TV '불후의 명곡' 최불암 편에서는 오프닝 무대에 올라 아역 배우 최명빈과 '아빠의 말씀'을 다시 불렀다.
당시 고인은 "우리 세대에는 살아온 여정과 역경을 노래로 추억하는 것이고, 젊은 세대와 어린아이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무대"라며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또 다른 대표작인 MBC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선장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바닷가 사람들의 애환을 취재할 당시, 새벽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을 들으며 삶의 무게를 배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정여진, 최불암. (사진 = JTBC '슈가맨' 캡처)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1/NISI20261031_0002279201_web.jpg?rnd=20261031075518)
[서울=뉴시스] 정여진, 최불암. (사진 = JTBC '슈가맨' 캡처)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짧은 육성에는 최불암이 평생에 걸쳐 보여준 부정이 응축돼 있다. 품 안에 가두고 소유하는 사랑이 아니라, 자식이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꺼이 등을 밀어주는 '품위 있는 배웅'이다. "세상은 네 것"이라며 아이의 시작을 축복하던 1981년 '아빠의 말씀'은, 장성한 자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기꺼이 떠나보내는 '첫 걸음'에서 또 다른 부성의 궤적을 완성했다. 시대를 위로했던 큰 어른의 음성은 브라운관 너머, 한 사람의 독립과 존엄을 묵묵히 응원하는 영원한 부성의 멜로디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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