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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들 "고릴라 부부 불화 보며 애 태워"

등록 2011.02.23 06:00:00수정 2016.12.27 2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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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박동욱 인턴기자 = 22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로랜드고릴라 사육사 박현탁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대공원 최고의 인기스타이자 장수동물이었던 로랜드고릴라 '고리롱'이 노환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 고리나 홀로 사육장에 남겨지게 되었으며, 대공원 측은 강남 차병원과 공동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대를 잇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fufus@newsis.com

【과천=뉴시스】이재우 기자 = 22일 오후 과천 서울동물원 신유인원관을 찾은 시민들은 우리를 홀로 지키고 있는 암컷 로랜드 고릴라 '고리나'를 안타깝게 지켜봤다. 고리나의 남편 '고리롱'이 18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리롱과 함께 우리나라 유이의 로랜드 고릴라로 관심을 받았던 고리나는 이제 '독수공방'의 처지가 됐다.

 지난 3년간 로랜드 고릴라 부부를 돌봐온 서울동물원 박현탁 주무관은 "고리나가 우리 옆방에서 고리롱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릴라의 아이큐는 80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정도 제 짝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고리롱과 고리나는 사이좋은 부부는 아니었다. 2004년부터 함께 살아온 이들은 '성격차'로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최근 3년 동안 고릴라 부부를 돌봐온 서울동물원 박현탁 주무관은 "백번도 넘게 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고리나가 (성격이)드세 사이가 안 좋았다"며 "고리롱이 피해 다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의 간판스타 고리롱은 1968년 아프리카에서 서울동물원의 전신인 창경원 동물원으로 왔다. 열악한 환경 탓에 동상에 걸려 양쪽 발가락이 절단된 '장애 고릴라' 고리롱은 15년 연하의 젊고 힘센 신부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서열에서 밀린 고리롱은 부인을 멀리했다. 로랜드 고릴라 부부의 불화를 보면서 사육사들은 애를 태웠단다.

 노령인 이들 부부가 2세를 남기지 않고 죽는다면 우리나라에서 로랜드 고릴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로랜드 고릴라는 가격이 10억원을 넘는데다 멸종위기로 인해 아프리카 밖으로의 반출이 금지돼 있어 사실상 새로운 .

 고리롱의 후손을 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보통 수컷 고릴라는 150㎏대를 유지해야 번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리롱은 124~136㎏를 맴돌았다. 이때문에 닭백숙 등 특별식을 주며 지극정성을 들였다. 심지어 고릴라의 교미 동영상을 보여주고 발기부전치료제까지 먹였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된 고리롱은 고리나를 여전히 거부했다. 때때로 고리나가 다가가는 모습이 발견됐지만 고리롱이 뒷걸음질을 쳤다. 결국 고리롱은 사육사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2세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 주무관은 "(고리나가 접근하면)공격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고리롱은 오랜 시간 시름시름 앓다가 굉장히 불편하게 죽었다. 나이가 많아 어쩔 수 없었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은 유일한 수컷 고릴라가 죽었지만 번식에 대한 마지막 희망의 끈까지 놓고 있지는 않고 있다.  

 서울동물원은 고리롱의 생식기를 떼어내 인공수정 가능성을 타진하려고 한다. 정자 유무가 확인되면 조만간 인공수정을 시도해 2세를 만들어볼 요량이다.

 박 주무관은 "우리나라에서 고릴라를 실물로 보는 것이 고리나가 마지막일 수 있다"며 "꼭 2세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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