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템플스테이 말고 천주교 피정도 있어요

등록 2011.06.30 14:43:06수정 2016.12.27 22:23: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피정 避靜 retreat'을 아십니까.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피정 避靜 retreat'을 아십니까.

 여가 문화가 다양해지고 현대인들의 심리적, 영적 쉼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천주교의 피정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대중화된 불교의 템플스테이에 비견되는 천주교 문화라는 점도 한 이유다.

 피정은 기간, 형태,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다. 따라서 체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하느님과의 영적 만남을 위해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요즘은  피정이 대부분 피정 숙소에서 영적 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진행되므로 휴가를 이용한 영적 재충전으로 인식해도 무리가 없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교구 주보에 안내된 휴가철 피정 프로그램을 살펴 현황을 분석, 29일 발표했다.

 피정 프로그램 수는 2005년 23개에서 올해 75개로 6년 사이 3배 이상, 피정의 집도 88개에서 134개로 약 1.5배 증가했다. 특히 가장 크게 증가한 프로그램 유형은 '성인 신자를 위한 가톨릭 영성 피정'과 '청년 수도생활 체험 피정'으로 4.5, 4.8배씩 늘었다.

 가톨릭 영성 피정은 기도와 묵상 방법을 안내하는 프로그램들로 다양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피정으로 렉시오 디비나, 향심기도, 이냐시오 영신수련, 예수마음기도 등이 있다. 

 렉시오 디비나는 라틴어 '독서(Lectio)'와 '신적인(divina)'의 합성어로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느끼는 성독(聖讀)으로 번역할 수 있다. 여름 피정 외에도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 월례 기도모임도 갖는다. 특히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평화방송 TV특강이 방송되면서 일상 속에서 피정을 하는 시청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은 천주교를 넘어 개신교에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영신수련 피정을 하는 예수회 말씀의집은 "매회 피정 참가자 중 10%는 개신교 목회자들이며, 이냐시오 영성을 목회에 도입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목회자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은 최근 이냐시오 관상기도 전문가인 스위스의 한스 조그 펠레 목사를 초청, 관상기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 밖에 가르멜 수도회,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등은 고유한 영성을 토대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정립하고, 기도에 임하는 태도를 가다듬도록 도와주는 피정들도 새로이 선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피정 避靜 retreat'을 아십니까.

 수도생활 체험 피정의 확산도 주목된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체험학교, 남녀 수도회 연합 젊은이 열린캠프 등 젊은이들이 수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피정들이 호응을 얻고 수도회 홍보 효과를 보게 된 이후 수도생활 체험 피정은 개별 수도회들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작은형제회 성소담당 조수만 신부는 "수도회 피정은 성소 여부와 관계없이 신앙에 대한 갈망, 수도생활에 대한 궁금증, 부모의 권유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도회 피정을 통해 수도자들의 사는 모습을 곁에서 보게 되고, 후속모임과 수도원 초대 행사에 참가하면서 수도생활에 뜻을 두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교회의는 천주교 피정의 보편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성인 수도원 체험과 가족피정을 꼽았다.

 성인 수도원 체험은 청년 수도생활 체험이 호응을 얻으며 늘어나는 추세다. 이웃 종교 신자와 비신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매월 12일 성인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연다. 영원한 도움의성모 수도회는 매월 첫 토요일에 서울 정릉 수도원에서 1일 수도원 체험을 연다. 매월 참가자 중 10%는 개신교 신자, 10%는 비신자다.

 가족 피정은 가톨릭 신앙을 토대로 하면서 가족 간 대화와 행복을 지향한다. 따라서 비신자들도 쉽게 적응하며, 천주교에 호감을 갖게 된다. 가족피정 지도자 김인순 수녀(도미니코 선교수녀회)는 "매년 가족피정에 비신자 가정이 20% 정도 참석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올 여름 피정은 영적 수련과 수도생활 체험 외에도 기도와 묵상에 심리상담이 결합된 프로그램들이 늘어났다"며 "오늘날의 피정이 일상생활의 구체적 문제 해결을 돕는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