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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기업 NTT, 한국 기술 탈취?…한일 4조 특허전쟁 열리나

등록 2012.12.18 18:37:10수정 2016.12.28 0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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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민기 기자 = 한국과 일본이 삼성-애플 특허소송 배상액의 4배에 달하는 4조원대의 저작권 대전을 벌일 조짐이다.

 삼성과 비견되는 일본의 1위 기업 NTT가 한국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구매하겠다는 미끼로 접근했다가 보안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만 훔쳐간 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서울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국내의 신용카드 결제 보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 'STI주식회사'는 일본 최대 기업 NTT그룹의 자회사인 'NTT커뮤니케이션'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사기(확인)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STI는 "NTT컴이 신용카드결제 단말기의 보안서비스 프로그램인 'T-GW 서버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해 부당이득을 올렸다"며 "이 회사가 우리의 허락도 없이 카드 결재 대행사인 GPnet 등에 우리의 저작권을 판매하고 계열사인 INS솔루션과 손을 잡아 지난 7년간 수십조원의 이득을 거뒀다"고 말했다.

 ◇NTT, 무료 테스트 빌미로 보안 기술 탈취



 10여 년 전 설립된 STI는 LED 전광판, 카드 결제 단말기, 인터넷 모뎀 등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다.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매출은 소송 전에는 40억원 정도였다.

 2005년 7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 기업인이 설립한 STI는 국내 기업인 케이디컴(옛 경덕전자)과 이삭랜드코리아(ILK)와 함께 카드 결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STI는 마그네틱카드와 IC카드 전문기업인 케이디컴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를 만들었고, 이삭랜드코리아를 통해 결제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STI는 이 두 회사의 대주주로 두 회사를 통해 전화선이 아닌 인터넷망에서 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 결제기를 개발했다. 

 특히 이삭랜드코리아가 개발한 보안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사용되고 있는 온라인 결재 보안 프로그램인 '안심클릭'으로, 세계적인 카드회사 '비자 카드'가 도입을 고려할 정도로 뛰어난 보안성을 가지고 있다. 해킹 방지는 물론 도난 카드일 경우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러던 중 NTT그룹의 자회사인 NTT컴이 STI에게 신용카드결제 단말기를 공급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당시 일본은 보안솔루션 부문과 카드 결제 시스템에서 한국보다 기술력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일본 업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재하면 40초 이상 걸릴 정도였다.

 일단 NTT컴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통신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품을 바로 구입하지 않고 무료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 해 왔다. STI는 이전에도 인터넷 모뎀 등을 공급하며 거래를 해왔던 터라 크게 의심하지 않고 NTT컴의 요청을 들어줬다.

 STI는 NTT컴의 데이터센터에 서버와 프로그램을 넣고 1년 반 동안 기술자들을 파견해 그들이 요구하는 사양으로 제품을 완성시켰다. 이후 STI는 3000대의 단말기를 제작해 NTT컴에 납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NTT컴이 갑자기 돌변했다. STI에게 신용카드 단말기는 물론 모든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STI는 당황했지만 일본 최대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STI는 보안 프로그램이 들어간 서버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준 것 아니냐며 거절당했다. 대신 STI가 제공한 서버는 이미 폐기처분했고 관련 프로그램을 삭제했다며 증거 자료를 보내왔다.  

 그러나 STI가 NTT컴과 거래하고 있는 신용카드 결제 대행사인 GPnet의 결제전표를 확인해 분석해본 결과 수년이 지난 지금도 STI의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인터넷을 통해 NTT컴의 서버와 접속해보니 NTT컴은 STI의 보안프로그램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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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I의 기술 개발에 실패한 NTT가 여전히 STI가 제공한 무료 소프트웨어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으면서 발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기업의 횡포에 분노한 STI는 일본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다.

 STI는 그동안 STI의 프로그램을 통해 40억여의 카드 결제가 이뤄졌으며 카드결제 단말기로 12만대가 출하됐다고 주장했다. 결제 당 평균 수수료인 10엔, 카드 단말기 당 1만 엔의 수익을 곱하면 1조원에 달하는 피해액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기회비용 상실로 인한 피해액과 정신적 피해액, 이자, 투자금액, 두 회사의 부당 이득까지 더하면 4조원에 달하는 피해보상액이 산정된다고 밝혔다.

 ◇일본 재판부, 자국 보호주의 논란

 증거자료가 명백함에도 일본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청구를 기각했다. 일본 경시청에서 조차 일본에서 'N'가 들어간 기업을 상대로 벌인 소송 중 승소한 사례가 없다며 포기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STI는 국내로 눈을 돌려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사건은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인정되는 기소중지로 판결이 났다. 한 달 내에 피의자가 재판에 출석하거나 의견서를 내지 않으면 NTT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3명에 대해 지명수배가 내려질 예정이다. 일본에선 기각된 사건이 국내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근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 등 기업 간 분쟁에서 자국 보호주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향후 한일 간 저작권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TI는 NTT컴에서 사용하는 서버와 STI가 개발한 서버가 같은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자고 요청했지만 일본 재판부는 서버를 공개하면 일본 기업의 치명적인 정보가 새나갈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STI가 법원에 제출한 증거 역시 한국에서 만들어졌으며 한국 기업에게 유리한 자료로만 구성돼 있다고 증거 채택을 전부 거절했다.

 STI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키노시타 겐토쿠(한국명 이현덕) 대표는 "NTT컴은 가드결제 승인에 대한 실용 보안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아직도 STI의 원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본 최대 기업이 단말기 구매를 미끼로 기술을 빼앗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현덕 대표는 일본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넘어와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교를 마치고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했다.

 이후 어머니의 설득으로 일본으로 돌아가 부모 사업을 돕다가 휴대폰 대리점 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뒀다. 이때 일본 통신사인 NTT도모꼬에서 실적이 뛰어난 이 대표를 눈 여겨 보고 유선 사업도 함께 하자고 건의해 인터넷 모뎀 사업도 뛰어들면서 NTT와 인연을 쌓아왔다.

 이 대표는 "17년간 거래를 해온 NTT가 이렇게 사기를 칠 줄 몰랐다"며 "국내에서 기소중지 판결이 나온 만큼 NTT코리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등 끝까지 법정 투쟁을 벌일 것이다"고 전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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