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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무너진 세상을 등지다

등록 2013.07.21 07:01:00수정 2016.12.28 07: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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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무너진 세상을 등지다, 금오신화 (유혜영 지음 / 휴이넘 펴냄)  조선의 3대 천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시습(1435~1493)은 어린 단종을 내쫓고 세조가 임금이 되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에 빠졌다. 삼촌이 조카를 내쫓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김시습은 책을 모두 불사르고 머리를 깎고 방랑길에 오른다. 오랜 방랑 끝에 경주 금오산에 정착해 단종을 향한 충절을 담아 폭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세조를 비판하는 ‘금오신화’를 쓴다.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swryu@newsis.com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무너진 세상을 등지다, 금오신화 (유혜영 지음 / 휴이넘 펴냄)

 조선의 3대 천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시습(1435~1493)은 어린 단종을 내쫓고 세조가 임금이 되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에 빠졌다. 삼촌이 조카를 내쫓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김시습은 책을 모두 불사르고 머리를 깎고 방랑길에 오른다. 오랜 방랑 끝에 경주 금오산에 정착해 단종을 향한 충절을 담아 폭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세조를 비판하는 ‘금오신화’를 쓴다.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나같이 기이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폭력으로 임금의 자리에 오른 세조와 세조 정권에 지조를 팔아 출세를 한 선비들을 꾸짖는다. 아울러 유능한 인재가 뜻을 펼치지 못하는 그릇된 세상을 비판하면서 명예와 출세만을 탐하는 인간사의 허망함도 꼬집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는 원래 몇 편이었는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다섯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다.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은 귀신과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거나 죽음으로 절개를 지키는 슬픈 사랑이야기다. ‘취유부벽정기’는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겨 멸망한 고조선을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에 빗대 단종을 그리는 마음을 담았다. ‘남염부주지’에서는 세조가 폭력과 억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그릇된 정치, ‘용궁부연록’에서는 사대부 계층의 어리석음과 명예와 출세만을 탐하는 인간을 비판한다.

 모두 민족의 고유한 신앙과 풍습,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기 소설답게 귀신과의 사랑이야기, 선녀와의 만남, 저승 여행, 용궁으로의 초대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현실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거나 세상을 등지는 결론을 맺는다.

 ‘무너진 세상을 등지다, 금오신화’는 ‘금오신화’를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맞게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어려운 한자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는 쉽게 풀었다. 고전에 대한 이해를 도울 다양한 정보 페이지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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