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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학교폭력, 속으로만 끙끙 앓지 마세요"…경찰대 청소년 여름 캠프 가보니

등록 2013.08.01 11:41:43수정 2016.12.28 07: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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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경찰대학교(학장 이금형)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경기 용인시 경찰대 캠퍼스에서 서울 지역 중고교생 140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 '폴리스 아카데미' 캠프를 열었다. 사진은 경찰대 재학생들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 잘하는 법' 특강을 진행하는 모습.(사진=경찰대 제공)  photo@newsis.com

【용인=뉴시스】경찰대학교(학장 이금형)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경기 용인시 경찰대 캠퍼스에서 서울 지역 중고교생 140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 '폴리스 아카데미' 캠프를 열었다. 사진은 경찰대 재학생들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 잘하는 법' 특강을 진행하는 모습.(사진=경찰대 제공)  [email protected]

【용인=뉴시스】안호균 기자 = 지난달 30일 늦은 오후 경기 용인시 경찰대학교 캠퍼스 내 한 강의실. 70명의 고등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경찰대가 매년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는 여름 캠프인 '폴리스 아카데미' 참가자들이다.

 지속적으로 후배의 돈을 빼앗고 폭행하는 선배, 피해 사실을 전해 듣고도 조치를 취하기 꺼려하는 교사, 친구의 고통을 모른 체하는 학생들. 오랜 시간 고통을 받던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주위의 무관심으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 드라마의 결말이다.

 영상이 끝나갈 무렵 드라마의 결말과 다른 상황을 설정한 연극이 시작됐다. 피해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게 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경찰대 재학생들이 피해학생, 가해학생, 형사, 교사, 부모 등의 배역을 맡아 무대 위에 올랐다.

 수사에서 재판까지 청소년들에게 생소했던 형사 사건 처리 절차가 상황극을 통해 재연됐다. 경찰대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 학생이 경찰에 출석해 진술조서를 쓰는 상황, 가해학생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 경찰이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등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최종적인 판결은 상황극을 지켜보던 관객의 몫이었다. 다수의 학생은 가해 학생이 유죄라고 판단했지만 일부는 무죄 의견을 냈다.

 "증거로 제시된 블랙박스는 영상이 흐릿해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직접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없고요. 우리가 영상을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유죄라고 보기 쉽지만 증거가 없다면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증거로 제시된 블랙박스에는 시간도 적혀있을 것 아닙니까. 현장에는 분명히 피고인과 여자 친구가 있었고 흐릿하지만 폭행 장면이 블랙박스에 담겨있다면 판별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토론에서는 나름의 논리가 담긴 주장들이 오갔다. '모의경찰서'와 '모의법정'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반응이다.

 이지원(18·여·정화여상 2학년) 양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도 받았지만 경찰대에 와서 경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실제로 보니 학교폭력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수현(18·여·영신여고 2학년) 양은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경찰대는 2000년부터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폴리스 아카데미' 여름 캠프를 열어 왔다. 11년 동안 캠프 과정을 수료한 학생만 1749명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되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 탐색 목적으로 캠프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경찰대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캠프에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대생들이 직접 조교로 참여…청소년들 '멘토' 역할

 이번 캠프에는 중학생 70명과 고교생 70명이 참가했다. 이 중에는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도 10여명 포함됐다. 중학생은 24~26일, 고등학생은 29~31일 캠프에 입소해 경찰대생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생활관에서 2박3일을 보냈다.

 경찰대생 15명으로 구성된 교육단이 청소년들의 교육과 생활 관리를 맡았다. 같은 숙소에서 지내며 캠프 참가자들을 인솔하고 단체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규칙을 가르치는 것은 이들의 몫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학교에 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캠프 참가자들은 2박3일간 스스로 숙소를 청소하고 정해진 시간에 점호를 받으며 단체 생활을 경험한다. 처음 캠프에 입소할 때는 질서가 유지되지 않고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강의 시간에 졸거나 집합 시간에 제 때 나타나지 않아 교육단을 애먹이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을 통솔하는 교육장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첫 날에는 경찰대 특유의 교육 방식인 '교양'을 통해 단체 생활에서 지켜야할 예절을 가르친다. 교육단은 밤새 교대로 불침번을 서는 등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며 마음을 졸인다.

 이튿날부터는 캠프 참가자들의 행동이 크게 변한다. 인사성도 밝아지고 행동에는 절도가 생긴다. 이날 저녁 일정인 '공부 잘하는 법' 특강은 교육단과 청소년들 간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자리다. 경찰대생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능 준비, 학습 요령 등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의지만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질문이 더 많이 나온다.

 "첫 키스는 언제 했나요?", "여자친구 있나요?", "고3때 연애해도 되나요?"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이성 문제다. 한 재학생이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를 해준다. "남자는 고3때 연애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여자는 한손으로 남자친구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공부를 한다는 말이 있잖아. 그런데 남자는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여자친구 손만 잡고 있거든."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전날까지만 해도 호랑이 같은 조교였지만 이 시간만큼은 다정한 동네 형 같은 모습이다.

 교육장으로 참여한 김시률(22·경찰대 2학년)씨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수업 태도도 불량하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을 잘 지키지 않는 모습이지만 하루 만에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마지막에는 정이 많이 들어서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경찰대학교(학장 이금형)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경기 용인시 경찰대 캠퍼스에서 서울 지역 중고교생 140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 '폴리스 아카데미' 캠프를 열었다. 사진은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경찰 장비를 활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체험을 하는 모습.(사진=경찰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경찰대학교(학장 이금형)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경기 용인시 경찰대 캠퍼스에서 서울 지역 중고교생 140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 '폴리스 아카데미' 캠프를 열었다. 사진은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경찰 장비를 활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체험을 하는 모습.(사진=경찰대 제공)  [email protected]

 경찰대생들은 캠프가 끝난 뒤에도 중고생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든든한 멘토로 남는다.  

 ◇과학수사 체험, 호신술 강의…교육 프로그램도 다양

 청소년들은 폴리스 아카데미 캠프를 통해 평소 경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과학수사와 112종합실습장 등을 실제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실제 수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이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작업을 해보고 경찰의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을 통해 집과 학교 주변 범죄 다발지역을 찾아보기도 한다.

 112 종합실습장 체험의 경우 교육단 대학생들이 피해자, 가해자, 경찰관 등의 배역을 맡아 112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한 역할극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직접 범죄 신고를 하고 지령을 내리는 시간에는 참여 열기가 뜨겁다.

 경찰대생들이 실제로 훈련하는 체육관에서 진행되는 호신술 강의도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교육단 소속 대학생들이 합기도의 낙법을 이용해 7~8명을 훌쩍 뛰어넘는 시범을 보이자 학생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지만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방이 공격했을 때 방어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 밖에도 경찰 축구단의 정조국, 염기훈 선수가 강사로 참여하는 축구 교실, 음악과 춤을 통해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무용동작치료, 경찰 교향악단 콘서트 등도 참가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영훈(18·서울외고 2학년) 군은 "평소 경험하지 못하고 영화나 동영상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체험해보니까 신기하다"며 "직접 음주 측정하고 지문 채취하는 시간이 특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이제 없어져야죠'…고민과 반성의 계기

 캠프에서 2박3일 동안 준비되는 여러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이 캠프에 참가한 A군은 "몸집이 작다고 무시당하다 보면 친구들과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까지도 주변에는 그렇게 생활하는 친구들이 많다. 동영상과 상황극을 보면서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에게도 경찰서에 나쁜 일로 잡혀오면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피해 학생인 B양은 "선생님들은 일이 시끄러워지는 게 부담스러워 알면서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경찰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신고하기도 어렵다. 어른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대는 폴리스 아카데미 캠프 신청자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매년 1차례씩 진행하던 캠프를 올해에는 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눠 두 차례 열었다. 모두 140명이 참가하는 이번 캠프에 857명의 지원자가 지원해 참여 경쟁도 치열했다.

 참가 학생들로부터 캠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최근 경찰대에는 학부모들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캠프를 더 확대해 달라는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경찰대 관계자는 "방학 기간 중 캠프를 여는 횟수도 늘리고 생활보호 대상자 등 저소득층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학기 중에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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