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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사이언스]고속도로 위의 '피아노'

등록 2014.05.06 05:00:00수정 2016.12.28 12: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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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원춘 수석교사

【서울=뉴시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고속도로의 내리막길이나 요금소 부근에서 ‘드르륵드르륵’ 또는 ‘덜덜덜’ 하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되는 구간이 있다. 이런 구간에는 도로에 가로방향으로 홈파기를 통해 자동차 바퀴와 노면과의 마찰을 크게 하여 차의 속력을 줄이게 되고 찾아오는 졸음도 달아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고속도로 중 몇 군데 구간에서는 덜덜거리는 소음이 아니라 피아노 음악 소리가 들린다. ‘도미솔도’ 라고 피아노 음이 들리는 듯하고, 어느 구간에서는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라고 부르는 동요 ‘비행기’ 음이 들린다.

 도대체 이런 음악 소리가 어떻게 나는 것일까? 고속도로 노면에 횡 방향으로 홈파기(그루빙)를 통해 자동차 타이어와 노면과의 마찰음을 음악 소리로 바꾼 것이다. 일반적으로 홈을 파게 되면 드르륵드르륵, 덜덜거리는 소음이 들리지만 홈과 홈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면 진동음을 노랫소리로 바꿀 수 있다. 즉, 그루빙의 간격에 따라서는 음의 높이가, 폭에 따라서는 음의 양이, 개수에 따라서는 음의 길이가 각각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먼저 진동수(주파수)에 따른 홈파기 간격을 알아보자. 피아노 건반 가운데 있는 ‘라’ 음의 주파수(진동수)는 국제 표준으로 440Hz로 정해져 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일 경우 100km/h를 초속으로 바꾸면 계산 식은 100km×1000/3600s = 27.77778m/s, 약 27.8m/s가 나온다. 따라서 ‘라’ 음을 내려면 1초에 27.8m를 이동하면서 440번의 일정한 진동수가 나와야 하며, (27.8m/s÷440 = 0.063 = 6.3cm) 6.3cm 간격으로 홈을 파면 ‘라’ 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다른 음을 내기 위해서는 그루빙 간격(차량속도÷진동수)이 대략 다음과 같다. ‘도(기본음)’는 27.8m/s÷262Hz = 0.0106m = 10.6cm, '레'는 27.8m/s÷293Hz = 9.5㎝, '미'는 27.8m/s÷330Hz = 8.4㎝, ‘파’는 27.8m/s÷349Hz = 7.9cm, 솔은 27.8m/s÷392.6 = 7cm, ‘시’는 27.8m/s÷493.9 = 5.6cm이다. 

 진동수에 따른 음의 높낮이가 결정되었으니 이제는 음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음의 양은 운전자와 승객에게 가장 잘 들리도록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므로 홈의 너비를 약 2.5cm 정도로 하여 가장 듣기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즉 홈의 너비를 조정하여 들리는 음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다.

 또한 음의 길이는 박자라고 할 수 있는데 홈이 설치되는 길이로 조정한다. 가령 '도' 음을 내는 10.6cm의 홈 간격을 20m까지 늘어놓으면 약 0.72초 동안 '도' 음계가 이어지고, 이것이 한 박자(♩)의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물론 10m를 늘어놓으면 반 박자(♪)가 된다. 따라서 노래의 길이에 따라 그루빙 시설의 길이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서울 외곽순환도로에 설치된 구간은 동요 '비행기' 노래의 길이에 맞춘 345m이며 운전자와 승객은 약 12초 정도 노래를 듣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 도로의 음은 비행기 노래의 ‘미레도레미미미’가 아닌 ‘시라솔라시시시’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기준 음을 약간 다르게 잡아도 음계의 규칙을 잘 지키게 되면 비슷한 곡으로 알아듣게 되기 때문이다.

 외곽순환도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부고속도로에도 짧게 ‘도미솔도’라고 울리는 구간이 있고, 충북 청원부터 경북 상주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에는 약 680m를 달리는 동안 동요 ‘자전거’를 들을 수 있다. 시속 100km로 달려야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음이 잘 들리도록 시설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위의 피아노! 그루빙 시설은 차량이 적정속도로 달리도록 하여 미끄럼 방지는 물론 운전자의 주의력을 환기하며 즐거움을 주고 교통사고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듣는 이런 소리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물체의 마찰이나 충격에 의한 떨림 즉 진동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매질과 인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마찰이나 충격이 생기면 파동이 발생한다. 마찰로 발생한 파동이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서 우리의 귀인 센서로 전달되면 귀는 센서로서 그 파동을 감지하게 된다. 이때 파동이 너무 작거나 너무 높으면 우리는 감지하지 못한다. 보통 가청주파수라고 하는데 1초에 16번 진동(16Hz))하는 것에서부터 1초에 20000번 진동(20000Hz=20kHz)하는 범위의 것만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진동수가 20kHz보다 커서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초음파라고 하며 박쥐는 초음파로 서로 의사전달을 한다.

 스마트폰 소리, 째깍째깍 시계 소리, 알람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 부르릉 자동차 소리, 비 오는 날 빗소리, 천둥소리 등 저마다 다른 소리는 모두 떨림에 의해 소리가 나는 것이다.

 소리는 변화무쌍한 과학이며, 소리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참으로 많다. 소리는 얼마나 빠를까?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소리의 크기 단위는 무엇을 사용하나? 소리보다 빠른 장치를 개발하여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등 끝없이 이어지는 궁금증을 안고 뒤척이며 잠을 설치는 것은 과학이 벌써 내 마음에 가득하다는 증거이다.   

 이원춘(창곡중 수석교사/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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