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더 달려라 이기홍, 메이즈러너 ‘민호’

영화로, 소설로 많이들 보고 읽고 있는 것이 ‘메이즈 러너’(미로를 달리는 자)다.
아무래도 ‘민호’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비중이 큰 조연이다. 세상과 격리된 ‘글레이드’(숲속의 빈터)의 미로를 탐사하는 ‘키퍼’팀의 리더 ‘민호’를 연기한 배우는 한국계 미국인 이기홍(24 또는 28세)이다.
한국인뿐 아니다. 아시아 전체가 이기홍에게 반색한다. 온통 백인 천지에서 어색한 아시안 악센트(칭-총), 우스꽝스러운 이방인, 악당, 킥복서,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구 등 정형화된 캐릭터에서 탈피했다며 이민호를 추어올린 나라는 싱가포르다.
여섯 살 때까지 서울에 산 이기홍은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가서 영어를 배웠다. 2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 UC버클리 대학을 나왔다. 부모가 운영하던 순두부찌개 식당에서 웨이터, 매니저, 호스트, 쿡으로 일했다. 두부를 팔지 않을 때는 연기를 익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연기자가 됐다. 실패했다면 교사가 됐을 것이라고 한다. 대학시절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 본부에서 인턴생활도 했다.

2010년 정식 연기자로 데뷔해 TV시리즈 세 편에 단역으로 나왔다. 워밍업을 마친 후 2011년 ABC 패밀리드라마 ‘더 나인 라이브스 오브 클로에 킹’의 ‘폴’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2012~13년에는 유튜브채널 웡푸프로덕션의 단편영화 몇 편에 출연했다. 그리고 올해 장편 상업영화 ‘메이즈 러너’의 오디션을 통과, 명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라스트 에어벤더’(2010)에서처럼 반드시 아시아 배우가 맡아야 하는 역에 백인이 캐스팅된 것에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아도 좋게 됐다.
이기홍도 이런 큰 배역을 따낼 줄은 몰랐다. ‘민호’는 영화의 원작자 제임스 대시너(42)의 친척, 정확히는 질녀의 약혼자 이름이다.
소설 ‘메이즈 러너’는 전3권 중 제1권이다. 속편은 ‘스코치 트라이얼’, 완결편은 ‘데스 큐어’다. ‘민호’ 이기홍을 이 영화 시리즈에서 두 번 더 볼 가능성이 크다.

‘메이즈 러너’에서 미로 시험을 통해 몇몇은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막 시험이다. 사막화된 황무지로 뛰어들어 2주 안에 160㎞를 통과하는 과제다. ‘사악’이라는 단체는 소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자 일부러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무사히 통과한 이들에게만 치료제를 주기로 한다. 선택은 두 가지, 바이러스 질병으로 죽음을 맞든가 치료제를 찾아 뜨거운 황무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데스 큐어’에서는 소년들을 의문의 실험 속에 몰아넣은 ‘사악’의 존재가 차츰 드러나며 퍼즐이 맞춰진다. 삭제됐던 주인공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돌아온 기억이 알려주는 진실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진정한 선과 악은 무엇이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기다린다.
‘15소년 표류기’, ‘파리대왕’류의 컴퓨터게임 버전과도 같은 이 브로맨스물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튼튼한 한국청년의 원형도 보여줬다. 하도 성형수술을 많이 받아 그저 매끈하기만 한 국내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1980년대 한국청년과도 같은 이민호, 그를 미국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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