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똑같은 세월호 유가족 입니다"

【안산=뉴시스】김도란 기자 = "외국인도 똑같은 유가족입니다. 지금도 딸을 잃은 게 실감이 안나고 때론 엉엉 울 정도로 힘들어요. 하지만 한국 정부는 외국인에겐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로 큰 딸 판응옥타인(29·여·베트남·한국이름 한윤지)씨를 잃은 판만짜이(62·베트남)씨는 26일 안산 다문화행복나눔센터에서 가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판만짜이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해 4월 갑작스러운 딸의 비보를 듣고 작은 딸 판록한(26·여·베트남)씨와 한국에 입국했다.
판응옥타인씨는 남편 권재근(51)씨, 아들 혁규(6)군, 딸 지연(5)양과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판응옥타인씨의 시신은 사고 37일만에 발견됐다. 남편 권씨와 아들은 아직도 실종상태다. 일가족 가운데 작은 딸 지연양만이 극적으로 구조돼 현재 서울 고모집에 머물고 있다.
판록한씨는 "처음에 언니 가족이 변을 당한지도 모르고 있다가 주변사람들이 알려줘서 한국에 오게됐다"며 "물어물어 간 팽목항에서 주검이 된 언니를 만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언니와 함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형부와 조카의 시신을 찾길 기다리다 보니 벌써 1년"이라며 "이젠 제발 한국정부가 책임을 지고 빨리 배를 인양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판만짜이씨 부녀가 사는 13㎡ 남짓한 원룸 한켠에는 숨진 판응옥타인씨와 권재근씨, 혁규군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있었다.
판만짜이씨는 "한국에 와 머무는 동안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것은 '비자 갱신' 하나 밖에 없다"며 "만약 센터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마치 외국인 피해자도 지원대상인 것처럼 밝혔지만, 실제론 찾아온 적 한 번 없다"면서 "지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판만짜이씨 부녀는 다른 유가족과 달리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안내받지 못한 것이 많다. 그동안 생계비 같은 금전 지원은 물론 제대로 된 심리치료도 받지 못했다.
이들은 현재 판록한씨가 틈틈이 생닭 손질 공장에서 2~3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과 주변 베트남인들이 조금씩 모아 주는 성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판록한씨는 "우울할 때도 많고 어떨 땐 외롭고 모든 게 힘들게만 느껴진다"며 "그럴 때마다 동네 한 바퀴 돌면서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판만짜이씨 부녀가 한국에 머물면서 가장 힘든 점 가운데 또 하나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세월호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외부와 단절돼 지내는 것이다.
판록한씨는 "세월호 수중수색이나 인양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참 답답하다"며 "수중수색 중단도 며칠 후 다른 유가족이 알려줘서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자원봉사 선생님에게 일이 생기거나 가끔 광화문 등에 세월호 관련 활동을 나가면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일주일에 3~4차례는 세월호 일을 봐야해서 꾸준히 뭘 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판만짜이씨 부녀는 한국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세월호를 인양해 실종자 시신을 수습할 때까진 베트남에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판록한씨는 "형부 등과 함께 하려고 아직 언니의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했다"며 "지금은 세월호를 인양해 형부와 조카의 시신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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