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일문일답] "난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 윤영길 여자대표팀 멘탈 코치

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심리 상담을 하는 주인공은 바로 '멘탈(mental) 코치' 윤영길(46)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학 교수다.
대표팀 출국을 하루 앞 둔 지난 19일 뉴시스와 만난 윤 교수는 "심리지원이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과도하게 좋을 때 안정감을 유지하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윤 교수는 심리지원 작업을 ▲심리 트레이닝 ▲개인 상담 ▲은퇴 후 멘토링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윤 교수와 대표팀 선수들은 1주일에 1번, 전체 미팅을 한다.
선수들이 적극적이다. 지정된 시간 외에도 선수들이 불쑥 윤 교수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다. 윤 교수가 스스로를 '이야기 들어주는 편한 삼촌'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아울러 윤 교수는 대표팀 심리지원 작업에 대해 "프로선수 정도만 돼도 '나도 알아'하고 마는데 대표 선수들은 자기 경기력에 필요하다 판단하면 바로바로 도움을 요청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그러면서도 '멘탈이 강한 선수는 누구냐'나 '특별히 기억나는 상담이 있었느냐' 등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힘들어하던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그 선수가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우면 더없이 뿌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윤 교수는 캐나다 월드컵에서 강팀들과 겨룰 대표팀을 돕기 위해 현지까지 동행해 장도를 함께한다.
◇윤영길 교수 일문일답
- '멘탈 코치'는 어떤 일을 하나.
"선수들 심리지원을 한다. 심리지원이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과도하게 좋을 때 안정감을 유지키는 작업이다. 자신감 저하, 불안감 등으로 경기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안정감을 찾아주거나 개인적인 고민을 정리해주고 미래 설계를 도와 경기에 집중하게 한다"
- 구체적으로 심리지원의 예를 들면.
"경기 중 나온 오심에 화를 내면 심리적 안정이 깨진다. 결국 피해자는 본인과 팀이다. 내가 하는 작업은 선수들이 '오심은 곧 기회'라고 생각하도록 바꿔놓는 일이다. 더 큰 그림을 보게 해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다"
-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1주일에 1번씩 저녁에 선수단 미팅을 한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공유한다. 선수들 참여가 활발하다. 운동하다 잠깐 시간 날 때도 불쑥 찾아와 자기 고민, 불편한 이야기 등을 전한다. 코칭스태프도 심리지원 대상이다"
- 캐나다에서 하는 일은.
"첫 번째 경기인 브라질전 결과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본질은 선수가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또 경기장, 라커룸에 함께 다니면서 선수들이 속상했던 일을 풀어낼 수 있게 한다. 난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고 편한 삼촌이다"
- 여자대표팀만의 특성이 있나.
"기본적으로 대표팀 선수들 23명은 유리천장을 넘은 선수들이다. 멘탈이 강하다. 그런데도 자기 경기력에 필요하다 판단하면 바로바로 도움을 요청한다. 남자들은 화나면 그냥 두는 반면 여자들은 같이 이야기하며 들어주는 것이 좋다. 또 남자들보다 반응이 바로바로 온다"
- '멘탈 코치'를 하게 된 계기는.
"제주 오현고등학교에서 고3 때까지 선수로 뛰다가 진로를 바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했다. 공부하면서 뒤늦게 깨달았던 부분들을 축구에 환원하고 싶었다"
-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
"힘들어하던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그 선수가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우면 더없이 뿌듯하다. 구체적인 사례는 말해 줄 수 없다. 이건 둘만이 아는 거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
"다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팀에서 아쉽게 나간 선수들…(여)민지가 부상으로 나갔고 그 전에 (이)영주가 못 들어왔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월드컵 가는 선수 외 남아있는 선수들도 응원해달라. 함께 고생했다"
- 월드컵을 맞아 선수들에 한마디 한다면.
"대회를 헤쳐갈 힘이 자기 안에 다 있다. 자기 안에 있는 것 묻어놓지 말고 잘 써라"
- '멘탈 코치'로서 선수들에 가장 바라는 점은.
"선수들이 잘 살아야 한다.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을 때 인생을 돌아보면서 축구를 하길 참 잘했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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