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죄악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황현산 '우물에서 하늘 보기'

그가 최근 펴낸 시화(詩話)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에서는 아직도 굳어지지 않은 그의 정서와 감성, 그리고 신념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한국일보에 지난해 초부터 연재한 27편을 모았다. 지난해 5월에 쓴 '이 죄악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같은 해 4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황현산은 '시인들은 속절없이 시를 썼다'고 했다. 아들딸을 잃고 시를 썼고, 때로는 불행한 부모들을 대신해서도 시를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애의 극한이 잊힐까봐 두려웠기 때문에 썼다고 지적한다. 정지용은 '유리창', 김광균은 '은수저', 김현승은 '눈물'. 김종삼은 더 많은 시를 썼는데 '음악'과 '배음' '무슨 요일일까'가 모두 죽은 아이를 위한 시라고 했다.
슬픔은 잊혀도 이 슬픔의 형식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문학이 늘 그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부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황현산은 하지만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시는 결국 행동인 셈이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결국 편협한 시선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인간의 시선이 편협해 우물을 통해서만 하늘을 볼 수밖에 없으니 시가 꿈꾸는, 응당 꿈꿔야 하는 세상에 대한 간절함을 지니자는 얘기다.
책에 실린 이육사, 한용운, 윤극영, 서정주, 백석, 유치환, 김수영, 보들레르, 진이정, 최승자 등의 시편들은 그가 꿈을 통해 진실을 보고자 하는 창인 셈이다. 272쪽, 1만3000원,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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