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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겉은 으르렁, 속은 고마워…함께 선 정태욱·이상민

등록 2017.04.11 16: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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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시스】권혁진 기자 = U-20 축구대표팀 수비수 정태욱(왼쪽)과 이상민.

【파주=뉴시스】권혁진 기자 = U-20 축구대표팀 수비수 정태욱(왼쪽)과 이상민.

【파주=뉴시스】권혁진 기자 = "(나한테) 평생 잘해야 하는데…" (이상민), "이러니깐 하기가 싫어지죠." (정태욱)

 인터뷰를 위해 취재진 앞에 선 이상민(19·숭실대)과 정태욱(20·아주대)은 끊임없이 장난을 주고받았다. 또래 학생들과 다를 바 없던 축구 꿈나무들의 해맑은 모습은 이상민의 민첩한 대처가 아니었다면 보기 어려울 뻔 했다.

 사고가 벌어진 것은 지난달 27일. 잠비아와의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 2차전에 나선 한국 U-20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정태욱은 후반 35분 케네스 칼룽가와 공중볼 경합을 벌이던 중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체중이 실린 채 머리부터 그라운드에 떨어진 정태욱은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위험천만한 순간 근거리에서 이를 지켜본 이상민이 나섰다. 이상민은 손가락으로 정태욱의 혀를 잡아 기도를 확보했다. 정태욱이 무의식 중에 손가락을 깨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인공호흡도 실시했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은 정태욱은 다행히 위기를 넘겼고, 현장 응급요원들이 합류한 뒤에는 의식을 되찾았다.

 11일 U-20 대표팀 훈련이 열린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이상민은 "얘(정태욱)랑 이제 그만 엮였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진지해졌다.

 이상민은 "(태욱이) 얼굴을 봤을 때 누가 봐도 기절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너무 위험했다. 혀가 말리면 안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면서 손가락을 다친 것에 대해서는 "아마 (누군가에게) 제일 세게 깨물라고 한다면 그 정도 수준일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이상민은 이틀 전에야 처음으로 접했다. 이상민은 "좋은 장면이 아니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때는 '혀를 빼내야겠다'와 '위험하다'는 두 가지 생각 밖에는 없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헤딩 후 기억이 별로 없다"는 정태욱은 의식을 찾은 뒤 이상민의 손가락부터 걱정했다. 그는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내 턱도 아프더라. 다른 말은 안 하고 고맙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수줍음이 많은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정태욱은 "엄마가 상민이에게 고맙다가 전해주라고 했다. 엄마와 전화하다가 때마침 옆에 상민이가 있어서 바꿔줬다"고 말했다.

 부끄러워하던 정태욱을 대신해 이상민이 치고 나왔다. 이상민은 "(태욱이가) 원래 그런 말을 잘 못한다. (그래도) 잘 챙겨주고 태욱이가 밥도 사줬다"면서 "다들 걱정을 많이 했다. 소집된 선수들의 단톡방이 있는데 '괜찮다'고 하길래 '정말 괜찮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빠른 대처로 큰 불상사를 막은 이상민은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보건복지부상은 축구하면서 받기 힘든 것 아닌가요"라고 미소를 지은 이상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좋게 봐주시고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 격려금까지 주셔서 더 좋았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1997년 5월16일(정태욱)과 1998년 1월1일(이상민)로 생일이 비슷한 두 선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친해졌다. NFC 생활 후 룸메이트로 묶이면서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다.

 두 선수의 목표는 부상 없이 오는 5월 열리는 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달 말 발표될 21명의 최종 엔트리에 승선해야한다.

 이상민은 "태욱이는 신태용 감독으로 바뀐 뒤 대표팀에 꾸준히 왔던 선수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같이 뽑힌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소집 이틀째를 맞아 훈련을 이어갔다. 이번 훈련에는 선발된 25명 중 소속팀 일정으로 빠진 이승우(FC바르셀로나), 임민혁(FC서울)을 제외한 23명이 참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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