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중·고 10곳중 7~8곳 지진에 취약…여진 강도 높으면 추가 피해 우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경북 포항시 북쪽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헬맷을 착용한 채 인근 좌천파출소 건물로 대피해 있다. 2017.11.15. (사진=부산경찰청 제공)[email protected]
학교운동장 대피장소로 제 기능 못해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지난해 경주에 이어 1년여 만에 포항에서도 역대 2위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재난 대피시설인 학교가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 초·중·고교 건물의 내진율은 25.3%에 그치고 있다. 유치원, 초·중·고교 건물 10곳 중 7~8곳은 내진설계나 보강공사가 돼 있지 않아 지진에 취약한 상태인 셈이다.
정부가 매년 2500억원 가량씩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2034년이 되어서야 내진율 100%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4년까지 내진율이 조금씩 향상된다고 해도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들이 17년간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안영규 행안부 재난관리정책관은 "학교 내진율이 25% 수준이기 때문에 내진이 안된 곳이 있을 수 있다"면서 "내진 설계가 안 됐더라도 견딜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르므로 이를 지자체와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진도 문제다. 강력한 지진인 본진 이후에 발생하는 여진은 일반적으로 본진보다 규모가 작지만 강도가 높다면 얼마든지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 배천직 박사는 "본진보다 여진이 문제"라면서 "포항에서 발생한 본진이 5.4, 여진이 4.6인 것은 경주지진과 비교해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여진이 나타날 수 있어 피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2018학년도 수능 당일인 16일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교육부, 지자체 등과 협의해 수능 고사장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진단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로선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건물 내진율이 당장 크게 향상될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가 재난 대피시설의 기능을 하려면 학생들이 대피장소인 운동장에서 임시 거주할 수 있도록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의 수능 당일 지진발생 대처 가이드라인(가~다 3단계)에 따르면 다 단계는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될 때 통보되며 이 때 시험장 내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한다.
배 박사는 "현재로선 수능날 지진이 발생해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도 실제로 기거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며 "구호물자 전달만으로는 안 된다. 대피한 학생들의 보호관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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