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美中무역협상 최대 걸림돌은 '시진핑 딜레마'

등록 2018.05.03 10:38:33수정 2018.05.03 10:39:4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트럼프 행정부, 글로벌 시장경제 표준 요구

국내적으로는 사회주의 비전 실현 압박

【보아오=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일명 보아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시장을 대폭 개방하고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18.04.10

【보아오=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일명 보아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시장을 대폭 개방하고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18.04.10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으나 이른바 '시진핑의 딜레마'가 양국간 합의에 이르는 데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경제 표준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과 중국 방식의 사회주의 비전 실현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 사이에서 시 주석의 운신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밝혀온 경제비전과 중국 국민들이 바라는 요구사항들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장기집권 기반을 갖춘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한 만큼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수월하게 마무리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3~4일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전면적인 협상을 벌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미국의 경제·통상 사령탑들이 무역 불균형과 지식재산권, 합작 기술 투자 등 양국 간 무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3일 베이징을 찾는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은 서로 고율의 관세부과 카드를 교환하는 난타전을 벌여왔다. 최근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를 집약한 '중국 제조 2025' 관련 1300개 품목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고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의 ‘팜 벨트(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공장지대)’를 겨냥한 농축산물 및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였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측에 ▲지난해 3752억 달러에 달했던 대미 무역흑자를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이고 ▲국제 규정에 따라 지식재산권을 엄격하고 보호하며 ▲자국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자국 기업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해 왔다.

【워싱턴=AP/뉴시스】미국무역대표부가 18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보여주는 모습. 2017.08.01

【워싱턴=AP/뉴시스】미국무역대표부가 18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보여주는 모습. 2017.08.01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시 주석이 그리는 중국 경제발전 청사진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지난달 3일 USTR이 발표한 25% 고율관세 부과대상으로 지목한 중국산 수입품 1300개 목록은 시 주석이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이제까지 ‘양적 제조업 강국’에서 탈피해 ‘질적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중국제조 2025’은 중국의 10대 핵심 육성 산업으로 ▲5G 통신을 포함한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및 디지털기기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 및 첨단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 바이오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을 선정했다. 당시 중국 국무원이 발효한 '중국제조 2025' 행동강령은 이 분야의 산업들을 2025년까지 세계 1~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산업들은 바로 미국이 ‘안보수호’라는 이름으로 내주지 않으려는 첨단산업 분야들이다.

 시 주석이 안고 있는 딜레마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WSJ은 만일 시 주석이 중국과의 무역마찰을 피하기 위해 중국기업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중단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의 고삐를 더욱 조이며,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간 차별을 없앨 경우 중국을 첨단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자신의 계획이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지방정부와 업계, 관료들의 반발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는 시 주석의 또 다른 딜레마는 시장에 대한 국가 간섭 및 통제를 중단하라는 서방국들의 압력과 국가 경제에 대한 공산당 통제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내 여론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앤드루 콜리어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 매니징 디렉터는 "해외기업들의 중국진출은 기본적으로 2가지 유형의 조용한 반대세력들이 있다. 하나는 중앙정부와 산하 대형 국영기업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와 지방 국영 기업들이다. 중국이 시장 진입을 허용하더라도 중앙의 규제 당국과 지방정부들이 이를 미묘하게 지연시킬 것이다. 시장 진입에 방해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칭다오(중국 산둥성)=AP/뉴시스】중국 동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컨테이너 트럭들이 도착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오래 적용하지 않던 1974년 무역법의 301조 조항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2017,8.2

【칭다오(중국 산둥성)=AP/뉴시스】중국 동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컨테이너 트럭들이 도착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오래 적용하지 않던 1974년 무역법의 301조 조항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2017,8.2

크리스토퍼 볼딩 베이징대 HSBC 비즈니스쿨 경제학과 교수는 “시 주석은 자신을 매우 강력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심지어 중국에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걸로 자동차 관세를 바꿀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제시카 첸 웨이스 코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커질수록 중국 지도자들이 받는 국내 반발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특히 시 주석은 중국경제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를 지지해 온 인물이라면서 시장개방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은 시장의 힘이 비생산적인 국영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불안정을 유발하는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시 주석은 특히 지난 2015년 중국 증시 대폭락과 위안화 폭락 사태로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시장의 기능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 디렉터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확고한 경제계획주의자이며 국가개입주의자이다. 그는 시장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기업 경영자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꼽고 있는 10대 첨단 핵심산업들은 중국기업들이 벌써 두텁게 진출해 있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 시장을 개방해도 중국기업들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달 10일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博鰲)포럼 개막 연설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강조하면서 ‘시장 개방 확대 4대 중대 조치’를 내놓았다. 자동차 관세 인하와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해결, 금융 등 시장 개방 등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사항들을 대폭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금융과 제조업의 대폭 개방을 약속하면서 “은행 증권 보험의 외국 자본 주식 보유비율 제한을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개방이 제한되던 업종들도 개방할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업계의 외자 제한을 빠른 속도로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50% 이하의 지분으로 중국 기업과 합작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