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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주남마을 학살 증언 계엄군, 유일 생존자 첫 대면

등록 2019.04.0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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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생존자 홍금숙씨와 7공수 출신, 39년 만에 상처 치유 계기

5·18 기념재단 주선…12일 기념문화센터 '광주 평화기행 워크숍'

5·18 주남마을 학살 증언 계엄군, 유일 생존자 첫 대면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980년 5월 광주 주남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을 학살했다고 증언한 계엄군과 당시 유일한 생존자가 만난다.

공식 석상에서 5·18 민주화운동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 학살을 증언하고 고통·상처를 나누는 것은 39년만에 처음이다.

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오는 12일 오후 2시30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 '제주와 광주, 베트남을 기억하다'를 주제로 '2019 광주 평화기행 워크숍'이 열린다.

5·18재단,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한베평화재단,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광주나비가 공동 주최한 베트남 전쟁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기록전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의 부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워크숍엔 5·18 당시 주남마을 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홍금숙(54·여)씨와 계엄군의 양민학살을 증언한 7공수여단 출신 A씨가 참여한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 출신, 제주 4·3 유족, 여순항쟁 유족 등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1980년 5월23일 오후 2시 7·11공수여단은 광주 동구 월남동 주남마을 앞길을 달리던 25인승 소형 버스에 사격을 가해 18명 중 15명을 숨지게 했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홍씨와 남성 2명이 최초 사격에서 부상을 입고 살아남았지만 공수부대는 홍씨를 제외한 남성 2명을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고 가 사살한 뒤 암매장했다.

이 총격사건 희생자 중 9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8명의 시신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해 암매장 의혹이 제기된다.

A씨는 7공수 33대대 중사로 광주에 투입됐다. 주남마을 버스총격 사건 전후 마을 골짜기에 주둔하고 있었다.

직접 사격하지 않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다 1989년 1월 국회 광주청문회에 참석해 양심고백했다.

A씨는 "부상을 당한 시민 2명을 다른 부대원들이 수레에 싣고 간 뒤 4발의 총성을 들었다. 젊은이들이 모두 사살됐음을 직감했다"고 증언했다. 

A씨의 증언을 계기로 주남마을 학살 등 총 4곳에서 계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이 밝혀졌다.

홍씨와 A씨는 워크숍에서 국가폭력의 참혹함을 알리고 서로의 고통·상처를 보듬을 것으로 보인다.

5·18재단은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제주 4·3 유족, 여순항쟁 유족 등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방침이다.

조진태 5·18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워크숍이 그 날의 참혹했던 진상을 알리고, 국가폭력의 아픔을 보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워크숍은 현재까지 사전 선발된 25명만 참여하는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행사 주최 측은 공개 행사로 진행될 수 있도록 참석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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