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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사망자 온몸에 멍 보고도 '과로사'…軍위원회, 진상보고

등록 2021.10.14 11:30:00수정 2021.10.14 11: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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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3주년 보고회 개최

구타·가혹행위 사망 후 진상 집단적 은폐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3년 조사활동보고회에서 송기춘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1.10.1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3년 조사활동보고회에서 송기춘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1.10.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대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군인들이 30여년 만에 한을 풀게 됐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위원회 출범 3주년을 맞아 14일 오전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3년 조사활동보고회'를 열었다.

1984년 숨진 최모 소위의 사망 원인은 '과로사 또는 청장년 급사증후군'으로 기록됐지만 실제로는 유격훈련 과정에서 교관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기생 40여명은 위원회에 "망인은 상무대에서 유격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선착순 구보에 낙오돼 극심한 얼차려를 받았다"며 "교관들이 망인을 소위 타깃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구타·가혹행위를 가했다"고 증언했다.

동기생들은 또 "유격장에 도착한 첫날부터 망인은 이미 탈진상태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목에 로프를 맨 채 교관들에 의해 개처럼 끌려 다녔고 나무에 묶여있거나 선녀탕이라는 오물통에 들어가게 하는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헌병대는 최 소위가 구타·가혹행위 등을 당했다는 사실과 최 소위 시신 전체에 가해 흔적인 멍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사인을 과로사 등으로 기록한 것을 묵인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1980년 사망한 공모 일병은 훈련 중 본인 실책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조사 결과 선임병에 폭행을 당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 일병과 함께 군 복무를 했던 진정인이 '당시 망인은 선임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것이며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는 간호기록과 병상일지상 망인은 외상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의학 소견이 확인된 점, 당시 자필 진술서가 조작됐고 특정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다수 참고인의 진술이 확인된 점, 당시 헌병대가 이와 관련된 수사는 진행하지 않고 유족의 민원을 무마시킴과 동시에 구타로 인한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이 있었음을 확인한 점 등을 밝혀냈다.

1986년 사망한 김모 이병은 군 복무 중 가혹행위를 당했고 이에 따라 전역 후 1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참고인들은 '망인이 훈련과정에서 욕설, 얼차려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당시 조교들이 훈련병들을 구타해도 간부들은 훈련병의 군기를 잡는다는 생각에 알고도 모른 척하는 부조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망인에 대한 의학감정 결과 망인은 군 입대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발바닥 통증, 배뇨불편감, 복통 등 여러 가지 신체 증상과 더불어 수면장애, 우울감, 무망감, 자살사고 등 정신과적 증상이 발현됐다"며 "결국 군 복무에 대한 심각한 적응력 결여로 정신 증상이 악화해 충동적으로 자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1979년 숨진 이모 일병은 군 복무 중 병영 내 만연한 가혹행위와 지휘관의 지휘감독·병력관리 소홀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참고인들은 망인이 자대배치 후 사망 시까지 군 생활 내내 중대 내 악명 높은 선임 등에게 폭행·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며 "망인이 (죽으려고) 지대장의 탄띠에 들어있는 실탄을 탈취하려다가 발각돼 개인 면담을 받았으며 사망 전날에도 군홧발에 짓밟히는 등 폭행을 당한 것이 목격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망인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 받은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부대 지휘관들은 아무런 행정적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라며 "부대 내 주변인들의 철저한 무관심, 방임 혹은 직·간접적인 가해 행위로 자살사망자를 오랜 기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심리부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위원은 "지금도 군대에는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병사들이 많이 있고 이들은 하루하루 고통의 나날 속에서 외롭게 육체적·정신적 한계와 싸우고 있다"며 "군은 위기 병사에 대한 관리 강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선희 위원은 "우리 군의 폐쇄성으로 인해 유족들이 오랜 세월 사망의 진실을 알 수 없었지만 목격자 등 제3자 진정과 위원회 조사를 통해 비로소 진상이 규명됨으로써 뒤늦게나마 억울함을 풀고 망인의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 더 이상 억울함이 생기지 않도록 군 수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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