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언의 책과 사람들] 박찬욱 ‘친절한 금자씨’에 이런 뜻이?
![[서울=뉴시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5/24/NISI20220524_0001004734_web.jpg?rnd=20220524113918)
[서울=뉴시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찬욱 감독이 2022년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9년 ‘박쥐’에 이어 두 번째 감독상 수상이며 2003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까지 치면 칸영화제와 세 번째 인연이다.
예술이란 측정 가능한 기록을 통해 선후를 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등수를 매겨 수상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박 감독이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니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친김에 작품상까지 받았으면 좋았을 뻔 하단 아쉬움과 욕심 같은 것도 생긴다.
영화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볼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케 하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다. 그래서 박 감독의 영화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는 그가 관객에게 낸 수수께끼를 어느 정도까지 알아맞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수께끼는 비유와 연상을 통해 나름의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알레고리’라 부를 수 있다. 알레고리란 상징을 통해 억압받은 것들이 머리를 내밀게 만드는 것으로, 탄탄하게 짜인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 무시되고 배제되고 삭제된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부활의 유희’라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친절한 금자씨 영화 포토 이미지.](https://img1.newsis.com/2022/05/30/NISI20220530_0001009481_web.jpg?rnd=20220530142112)
[서울=뉴시스]친절한 금자씨 영화 포토 이미지.
이런 부활의 유희를 가장 적절히 활용한 영화가 ‘친절한 금자씨’다. 이 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완결이라는 식으로 포장됐다. 이러한 포장지는 이 영화를 오독하게 만드는 일종의 맥거핀과 같다. 이 영화는 복수보다는 부활을 말하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구성하기 위해 억압되고 가려진 것들을 세상에 들추어내는 의식 같은 영화다. 성경 속 예수님 부활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구축과 이야기 차용은 말 그대로 “알레고리란 무엇인가?”를 영화적으로 구현한 것이리라.
이영애가 연기한 주인공 ‘금자’는 아나키스트 박열의 아내이자 동지인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혹은 “내가 춤출 수 없는 혁명은 내 혁명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던 미국인 사회주의자 엠마 골드만(Emma Goldman)을 연상시킨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과 한반도에서, 엠마 골드만은 미국과 소련에서 추방돼 이방인이 된 인물이다.
해방 60주년인 2005년 개봉한 이 영화는 가네코 후미코 혹은 엠마 골드만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한 인물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을 활용해 분단과 냉전의 역사를 해체한다.
![[칸=AP/뉴시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박 감독은 '취화선'(2002)의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상을 받은 한국 감독이 됐다. 2022.05.29.2022.05.29.](https://img1.newsis.com/2022/05/29/NISI20220529_0018859311_web.jpg?rnd=20220529091433)
[칸=AP/뉴시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박 감독은 '취화선'(2002)의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상을 받은 한국 감독이 됐다. 2022.05.29.2022.05.29.
영화에서 금자가 범죄자가 돼 감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백 선생이 볼모로 잡고 있어서다. 가슴에 털이 가득한 백 선생은 미국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로 영화 속에서는 유치원 영어 선생으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임신을 한 금자가 백 선생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마치 급작스런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러한 구도는 결국 범죄로 이어진다. 주체적인 길을 갈 수 없는 불안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모순적인 구도를 파괴해야 한다. 금자가 감옥에서 만난 인물들은 마치 예수의 12제자처럼 그녀를 돕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이정이다. 금자의 간첩이 된 그녀는 백 선생에게 접근해 그와 결혼까지 한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박이정이 남로당의 당수로 김일성에 의해 미제의 간첩 혐의로 사형을 당한 박헌영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다. 또 감옥 안 간수로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평양을 방문한 임수경이 출연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영화는 실존인물을 역전시켜 등장시키는 역설의 유희를 선보이며 대한민국 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역사에 균열을 만든다.
‘헤어질 결심’은 아직 일반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떤 수수께끼를 던졌을지 궁금하다.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계급 혹은 분단 문단 문제의 연속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 오랜만에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가 등장했다.
▲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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