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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남부·동부 전선서 러군 대규모 방어선 구축

등록 2022.12.15 11: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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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 대패 되풀이 않으려는 방책이지만

전투력 부족한 병력으로는 지키기 쉽지 않아

[헤르손=AP/뉴시스] 러시아군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부터 점령했던 헤르손에서 부분 철수하고 방어선을 재구축하기로 하면서 러시아군의 가장 굴욕적인 후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러시아 군인들이 헤르손의 자유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점령 반대 집회에 출동한 모습. 2022.11.10.

[헤르손=AP/뉴시스] 러시아군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부터 점령했던 헤르손에서 부분 철수하고 방어선을 재구축하기로 하면서 러시아군의 가장 굴욕적인 후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러시아 군인들이 헤르손의 자유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점령 반대 집회에 출동한 모습. 2022.11.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자 전선에 빠르게 참호를 파고 장애물을 구축하는 등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강력한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1주일 사이에 몇 ㎞ 길이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척시키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달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전선에서 드니프로강 서쪽의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헤르손을 탈환했다. 드니프로강 건너 동쪽으로 퇴각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장애물을 설치했다.

방어선 구축은 용치(龍齒)라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땅을 깊게 파는 대전차 장애물 설치가 중심이다. 그밖에도 참호와 토치카도 수십 ㎞에 걸쳐 설치했다.

이 방어선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으려면 이곳에 배치된 병력이 충분해야만 한다. 병력이 부족하면 경우 질서정연하게 퇴각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질서정연한 퇴각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작전이다.

미 외교정책연구소 필립 와시엘레우스키 연구원은 “러시아 병력이 방어선을 고수한다는 보장이 없다. 방어선은 전투력을 갖춘 훈련된 병력과 화력 지원, 충분한 기동성과 보급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에서도 러시아군은 최전선 후방 고속도로를 따라 방어선을 구축했다. 바흐무트 탈환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러시아군은 최근 2주 동안 매우 느리게 진격했다. 방어선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해올 때 러시아군이 후퇴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한 용도다. 지난 9월 북동부 하르키우 지방에서 서둘러 철수하면서 수천 평방㎞를 내주고 군장비를 버려야 했던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포스파나 인근 지역에서 11일 만에 요새화된 방어선을 구축했다.

러시아의 일부 군사 블로거들이 러시아군의 최전선 요새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지난 6일 전직 러시아 정보원 블로거인 이고르 스트렐코프가 요새화된 방어선 구축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장기전 전략을 펴는 건 러시아 연방의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참호와 장애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건 구식이지만 전장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벤 베리 연구원은 “방어선 구축은 전투준비를 갖추고 전투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쿠르스크시에 방어선을 구축해 독일군의 진격을 막았다. 이후 방어선 구축은 러시아군 작전의 전형이 됐다.

그러나 참호는 현대전에서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 우크라이나군 포화 사거리 안에 있는 개활지에 있어 드론에 위치가 쉽게 포착되기 때문이다.

영국 국방부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진지 가깝게 방어선을 구축한 때문에 동부 스바토베에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크게 늘었다.

전쟁연구소(ISW)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 지역 드니프로강 서안에서 철수하기 전인 10월에도 방어선을 구축했다. 헤르손의 방어선은 동부 지역보다 전선에서 훨씬 먼 80㎞ 후방에 구축됐다. 강이 천연 방어선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러시아군이 헤르손의 병력을 철수시켜 동부 바흐무트 공략에 투입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을 건너 진격해올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드니프로강 하구의 중요 반도지역에 상륙하고 있다. 킨번 스핏(Kinburn Spit)라는 이름의 이 반도는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나머지 지역을 공략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반도에서 육지까지 3㎞ 폭의 긴 회랑을 요새화했다. 러시아군의 방어선은 헤르손 남부와 크름반도를 잇는 고속도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헤르손에서 멜리토폴로 이어지는 간선 고속도로 M14를 따라 8㎞ 간격으로 방어 진지가 구축돼 있다.

궁극적으로 이들 방어선이 효과를 내려면 이곳을 지키는 병력이 우수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징집해 전선에 투입한 병력은 훈련과 장비가 모두 부족한 상태다. 러시아는 전투 경험이 많은 병력을 2선에 배치하고 징집병을 헤르손 최전선에 투입할 전망이다.

전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요새화된 전선에 징집병들을 배치하면 러시아군 지휘부의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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