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무시하는 '기습공탁'…양형 제한적 반영해야"
양형연구회, '피해자와 양형' 심포지엄 개최
형사공탁·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 개선 논의
![[서울=뉴시스]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와 양형'을 주제로 제13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2024.12.03. (사진 = 대법원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2/03/NISI20241203_0001719208_web.jpg?rnd=20241203122349)
[서울=뉴시스]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와 양형'을 주제로 제13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2024.12.03. (사진 = 대법원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법정에서 감형 사유로 인정되고 있는 가해자의 형사공탁을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와 양형'을 주제로 제13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형사공탁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형사공탁 제도는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피해회복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가해자가 감형을 위해 피해자 모르게 법원에 제출하는 '기습공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정민 인천지법 부천지원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어야 하고, 피고인이 조기에 형사공탁을 하면 합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까를 염려해 형사공탁 시점을 늦추기도 한다"며 "재판부가 형사공탁을 위한 시한을 설정하는 등 적절히 소송지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부장판사는 "공탁금이 수령되거나 수령의사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부정적 의견을 기재하고 양형에 참작하지 않되, 심리의 결과 참작할 사정들이 밝혀진다면 제한적으로 참작하는 형태를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자은 수원지검 검사는 "피해자가 형사공탁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명시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해선 안 된다"며 "피해자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위 '돈으로 형량을 거래'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피해자의 '의견 부지'가 명백한 경우 피고인의 형사공탁 사실은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제한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되거나, 심리한 결과 필요한 경우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는 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 제도는 범죄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뒤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제도다.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후 구상금을 행사해 가해자가 채무를 변제하면 법원이 이를 가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참작해 유리한 양형 참작 사유로 인정하는 판결이 범죄피해자와 유족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피해자의 헌법상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했다.
유형웅 의정부지법 판사도 "'피해자의 용서'가 가지는 무게를 줄이고 있는 입법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합의를 '양형사유의 여왕'으로 취급하는 종래의 양형실무에도 다소간 변화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심리적인 요소가 결여된 채 피해만 금전으로 변상 되었다는 사정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하는 것은 민·형사가 미분화된 전근대적 면모"라고 했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상금 납부를 양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양형기준에 일반 감경인자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음에도 이를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평가하는 것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미선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 피해자 구조 청구권은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청구권적 기본권이다. 피해자가 구조금을 수령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이 구상금을 납부했더라도 '지급 이후' 일어나는 일로서 피해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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