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또 다른 광화문' 된 대학 캠퍼스, 누구의 것인가

등록 2025.03.07 14:39:57수정 2025.03.07 19:04: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또 다른 광화문' 된 대학 캠퍼스, 누구의 것인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학가에 탄핵 찬반 시국선언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바쁜 건 학생들만이 아니다. 집회에 가담해 돌발 행동을 일삼는 외부인들을 막기 위해 학교와 경찰도 분주하다. 대학이 '또 다른 광화문'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취재를 위해 찾은 대학 캠퍼스는 더 이상 학생들을 위한 공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탄핵 찬반 세력의 욕설과 혐중(嫌中) 정서를 담은 확성기 소리가 캠퍼스를 가득 채웠고, 정작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문의 장이어야 할 학교가 '집회장'으로 변질된 모습이었다.

대학은 학문과 자유로운 토론, 젊은 열정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 등 역사의 굵직한 순간마다 대학생들은 광장에서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그곳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었지, 외부 세력의 이해관계가 투영되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대학 캠퍼스는 특정 정치 세력의 메시지를 확산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학문의 장이 아닌 정치적 격전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대학이 외부 세력의 각축장이 되는 현실은 씁쓸하다.

외부의 정치적 개입은 학생 사회의 자율성도 위협한다. 대학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특정 정치적 방향으로만 흐른다면 결국 편향된 목소리만 남게 된다. 대학이 본래의 역할을 잃고, 외부 세력의 메시지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시국선언과 집회가 반복되면서 정치적 논의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회의감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부 학생들은 집회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정치적 진영 논리를 확대하는 데 그친다고 느꼈다. 한국외대 입학식 날 열린 집회를 지켜본 재학생은 “신입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광장은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곳을 점유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어야 한다. 이제 대학 광장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줄 때다. 대학이 '또 다른 광화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혐오의 구호와 피켓이 아니라, 젊은 지성이 숨 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