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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은 느리다? 내재됐던 속도가 깨어났다…서울시무용단 '스피드' [객석에서]

등록 2025.04.24 19:56:33수정 2025.04.24 23: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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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스피드' 24일 무대에…윤혜정 단장 첫 신작

한국춤 편견깨려 '스피드'에 집중…실험적 박자-몸짓 조화

즉흥적 독무·타악-전자 음악 협주도 돋보여…관람권 매진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쿵딱, 쿵쿠구쿵딱" 장구 장단에 맞춰 남녀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느릿하던 춤사위가 점차 빨라진다. 무대 중앙 LED 영상이 시계 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무용수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2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막을 올리는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스피드(speed)'가 프레스콜을 열었다. 

'스피드'는 서울시무용단의 올해 첫 작품이자, 지난해 부임한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이 안무를 맡은 첫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속도'를 주제로 한다.

윤 단장은 "한국 무용의 속도감은 무용수에게 내적으로 체화된 움직임에서 비롯한다"며 "발레나 현대무용의 외형적 테크닉이 만드는 속도감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춤의 동시대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요소 가운데 속도(speed)에 집중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무용은 느리고, 정적이며, 고요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무용단 '스피드'는 한국무용의 기본적 요소들 중 하나인 장단, 즉 박자를 실험한다. 이날 무용수들은 장구와 타악, 전자음악에 맞춰 느리게 움직이거나 빠른 속도로 춤을 췄다.

특히 무대 3장에서는 장단의 규칙적이고 리드미컬한 요소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남녀 각각 1인의 움직임으로 시작해 2인이 3인으로, 2인이 4인으로, 혹은 3인이 6인으로 뭉쳐지는 장면은 서로 조화로우면서 아름답다. 꿈틀대며 느릿한 움직임은 생명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반복되던 장단이 불규칙한 불협화음으로 바뀌면 무용수들은 장단과 박자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개성있게 움직인다.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윽고 무대에 붉은 색 LED가 비춰지자 8명의 남녀 무용수들은 서로 다른 동작으로 춤을 춘다. 빠른 템포와 빠른 동작은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연상케한다.

그러다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여성 무용수 1명만 남는데, 홀로 장구 장단에 맞춰 즉흥적으로 독무를 추기 시작한다. '스피드'의 주제를 응집한 장면으로, 아주 느림→빠름→느림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돋보인다. 음악과 영상도 춤과 상호작용을 하며 즉흥적으로 연주·연출된다. 느림과 빠름이 예측할 수 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장단의 빠르기에 따라 리듬과 선율에서 정박으로, 엇박으로, 그리고 점점 가속으로 치닫는 스피드를 표현한다.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 연출에선 모래시계를 닮은 거대한 장구 프레임이 돋보이는데, 이는 장구의 울림통을 형상화했다. 단면으로 잘린 장구통 이미지는 멈추지 않고 일정하게 흐르는 시간을 상징한 것이라고 한다.

타악 연주가와 전자음악가의 즉흥적인 협주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영국 런던EFG재즈페스티벌까지 진출한 국악 그룹 'SMTO무소음'의 구성원이자, 밴드 블랙스트링에서 타악을 주도하는 연주자 황민왕이 '스피드' 무대에 섰다. 프랑스 출신 음악가 해미 클레멘세비츠도 함께 무대에서 타악과 전자음악의 화려한 협연을 보여줬다.

클레멘세비츠는 프랑스 마르세유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음악가이자 시각 예술가로 "현대무용 작업을 많이 했는데 한국무용은 이번 '스피드'가 처음”이라며 "한국무용의 움직임은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그 안에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스피드'(speed) 프레스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한편 '스피드'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네차례 무대에 오른다. 한국무용으로는 이례적으로 관람권 발매 직후 매진돼 작품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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