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 파병 공식 확인…김정은 방러 정상회담 임박했나
6개월 만에 인정…'러 본토 쿠르스크 해방' 명분
북러조약 4조, 파병 근거로 제시…'혈맹' 띄우기
5월9일 러시아 전승절 전후 김정은 방러 전망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치고 미소 지으며 걸어가고 있다. 2025.04.28.](https://img1.newsis.com/2024/06/19/NISI20240619_0001194713_web.jpg?rnd=20240620000643)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치고 미소 지으며 걸어가고 있다. 2025.04.28.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파병 이후 6개월 만이다. 러시아 전승절(5월9일) 전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아 '북러 혈맹'을 대대적으로 띄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서면 입장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북한군이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참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화상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파병을 확인했다. 짧은 시차를 두고 공식 확인이 이뤄진 것은 양국 간 충분한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
군사위는 한때 우크라이나가 점령하며 격전지가 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사수하기 위한 파병이었다고 밝혔다.
군사위는 "조로(북러) 두 나라 군대가 어깨겯고 한 전호에서 피 흘려 싸우면서 전취한 이 고귀한 승리로 하여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근 9개월 간의 꾸르스크(쿠르스크) 지역 강점이 종식"됐다고 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러우전쟁이 발발했는데, 쿠르스크 전투는 '러시아 영토 해방' 작전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파병이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을 근거로 단행됐다고 명시했다. 이 조약 4조에 따르면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군사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 일종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다.
북한이 '쿠르스크 해방작전'을 강조한 것은 러시아 영토가 "우크라이나 당국의 무력침공"을 받은 상황에서 정당한 조약 발동이라는 명분을 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사위는 또 파병이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과 북러조약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밝혔다.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수도에 전투위훈비를 세워 희생을 기리고 가족들을 특별히 우대하는 '국가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파병을 김정은의 성과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군 희생을 부각해 '기여도'를 강조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SOF)은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북한군 12명을 제거하고 부상자 20명을 발생시켰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무인기 공격을 받은 뒤 쓰러진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소셜미디어 갈무리) 2025.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2/20/NISI20241220_0001733710_web.jpg?rnd=20241220130644)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SOF)은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북한군 12명을 제거하고 부상자 20명을 발생시켰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무인기 공격을 받은 뒤 쓰러진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소셜미디어 갈무리) 2025.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1만명 넘는 인원을 러시아에 파병했다. 그간 북러는 국제사회의 확인 요청에도 함구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파병 보도가 '허위·과장'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번에 북러가 파병을 사실상 동시 확인하면서, 혈맹으로 발돋움한 양국관계를 기념하는 정상 행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우전쟁 국면에서 이뤄진 북러조약, 북한의 파병 및 무기지원, 러시아의 첨단군사기술 이전 등 양국의 새로운 역사를 결산하는 정치 이벤트가 전망된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맞아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대면할지 관심이 쏠린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김 위원장의 방러를 준비 중이라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전승절은 옛 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전승절 이벤트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여러 국가의 정상이 모이는 다자행사인 전승절 기념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외교 무대에 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꼭 전승절이 아니더라도 그 전후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며 "마무리 단계에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주고받기'를 완성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가 확실한 동맹관계라는 것이 오늘 보도의 핵심"이라며 "이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양자가 만나 퍼포먼스 효과를 극대화할지 다자외교 장에서 기여국의 역할을 할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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