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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전 빠진 국가R&D…감사원 "연구목표 낮게 잡아 질적 성과 저하"

등록 2025.04.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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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분석' 감사 결과 공개

목표설정 '낮고', 평가 '형식적', 성과 '미흡'…감독도 부실

기술완성도 등 고려 전략적 투자 미흡…목표 달성해도 사업화↓

[서울=뉴시스] 국가R&D 기술성숙도 분포 분석결과. (자료=감사원 제공) 2025.04.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가R&D 기술성숙도 분포 분석결과. (자료=감사원 제공) 2025.04.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최근 10년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규모 대비 낮은 목표수준 및 형식적 평가로 인해  최고 수준의 핵심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감사원이 3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분석'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우리나라의 최근 10여년간 국가연구개발 투자규모가 2012년 16조원에서 2023년 31조1000억원으로 약 2배 오를 만큼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나,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 등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주요 기술 수준도 선진국 대비 정체된 것으로 평가받자 감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등 10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연구개발 목표수준의 적정성 분석 결과, 기술성숙도(TRL) 등 목표수준이 도전적이지 않아 목표를 달성해도 파급효과가 낮은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기술성숙도란 특정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기 전 기술의 개발 단계 또는 기술성숙 정도를 지표에 근거해 측정·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9단계로 나뉜다. TRL 1·2는 기초연구 단계, TRL 3·4는 실험단계,  TRL 5·6은 시작품 단계, TRL 7·8은 제품화 단계, TRL 9는 사업화단계를 의미한다.

감사결과, 최근 10년간 기초연구사업, 국책연구사업, 혁신·도전형R&D사업의 과제당 평균 사업비는 각각 9000만원, 8억원, 21억원으로 연구개발유형에 따라 과제별 투자규모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투자목적·규모와 무관하게 기술성숙도가 낮은 기초·실험실 수준(TRL 1~4)에 국가R&D 투자가 80% 이상 집중된 것으로 감사로 드러났다. 연구과제 유형별로 TRL 4단계 이하 비율은 기초연구사업 91.6%, 국책연구사업 80.2%, 혁신·도전형 R&D 83.3%였다. 

구체적으로 국책연구사업, 혁신·도전형 R&D사업의 경우도, 민간투자가 어려워 국가R&D 투자가 긴요한 TRL 5~6수준(시작품·실증단계) 비율이 각각 9.6%, 8.3%로 낮은 반면, TRL 4단계 이하는 국책연구사업 80.2%, 혁신·도전형R&D 83.3%로 분석되는 등 기초연구사업과 연구수준의 차별성이 부족해 연구개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핵심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2013~2022년) 국책연구사업별 과제 전체의 기술성숙도 평균을 분석한 결과, 23개 중 20개(87%)는 실험실(TRL 평균 4 이하) 수준으로 원천기술개발 등 목적에 부합하는 기술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혁신·도전형 R&D사업 역시 단계별로 기술수준을 심화·연계, 최종 실용화하고자 한 계획과 달리 낮은 기술완성도 등으로 사업화가 가능한 원천기술 확보에 한계를 드러냈다.

감사원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이 기술성숙도가 유사한 과제를 다수 수행하면 기초연구사업, 국책연구사업, 혁신·도전형R&D 등 투자목적·규모에 따른 기술완성도 차별화 등 전략적 투자가 미흡하게 돼 연구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사업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등 투자 대비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가체계 적정성에 대한 감사 결과, 핵심 목표달성 여부를 명확히 평가하지 않는 등 형식적 운영 우려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예컨대 과기부가 2017년에 평가관리 내실화 일환으로 재정비한 핵심 성과지표(총 98개)를 감사원이 분석한 결과, 각 연구단은 대부분 목표달성(99.8%)으로 자체평가했으나, 성과지표가 불명확하거나 최종 실적이 불분명해 목표달성 여부 평가가 어려운 사례 28개 발견됐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목표설정이 불분명한 사례 65개, 기존에 설정된 성과지표의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달성한 것으로 보고한 사례 6개 등 전체의 74%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

특히 감독부처로서 과기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 등 목표달성 여부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계획하고도 실시하지 않는 등 평가·감독기능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국가 R&D 등에 대한 질적 성과를 분석한 결과, 특허·논문·기술이전 모두 민간 대비 질적 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감사원은 결론 냈다.

미국·일본·유럽에 모두 출원한 특허로 해외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삼극특허의 경우, 국가R&D 수행으로 등록한 전체 특허 중 삼극특
허의 비율(등록 기준)은 전체 출원 건수의 1.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업의 삼극특허 비율인 3.7%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또 혁신·도전형 R&D사업인데도 전체 특허 등록실적 중 최상위 등급(S)은 1%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논문실적 분석 결과, 우수 논문지표인 HCR(피인용 상위 1% 논문연구자) 순위가 17위(2023년 기준)에 불과했다. SCIE급 논문실적을 기여도 기준(연구비가 논문에 기여한 정도)으로 환산한 결과, 연구비 1억원당 0.58건으로 주요 국가 R&D 평균(0.71건)보다 저조했다.

기술이전 실적에서는 최근 5년간(2018~2022년) 기술료 징수건수 및 징수액이 감소하고, 기초·응용·개발연구 중 개발연구단계(TRL 6·7·8)의 기술료 비중이 하락하는 등 국가R&D에서 기술완성도가 높은 기술확보 실적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기획·선정 단계부터 기술완성도 등 목표수준을 투자계획 수립·과제선정에 반영하고 민간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목표 책임관리를 통해 국가R&D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평가는 핵심 목표달성 여부 위주로 단순화하되, 목표 수준이 올라가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는 장려·우대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가R&D사업 정책수립·추진을 총괄하는 과기부 장관에게 향후 국가R&D 사업 추진 전반에 혁신·도전성을 강화하고,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국가R&D 성과를 종합분석한 실증분석 결과와 단계별 혁신·도전성 저해요인 및 개선방향을 관련 정책수립·관리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라고 감사원은 통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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