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세번째 통화 뒤 우크라 협상 기대 접었다
트럼프 "우크라-러가 직접 해결" 선언에
미국의 우크라 압박 줄어들 것으로 예상
"전쟁 결국 끝날 것…얼마나 더 죽느냐만 남아"
![[우크라이나=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에 지난 14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이동식 다연장로켓포가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번째로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평화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2025.05.21.](https://img1.newsis.com/2025/05/15/NISI20250515_0000337380_web.jpg?rnd=20250515114706)
[우크라이나=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에 지난 14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이동식 다연장로켓포가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번째로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평화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2025.05.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으며 더 이상 트럼프 정부의 종전 협상 중재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미에 거주하는 올레나 보이코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상 중재 역할에서 물러날지 모른다는 소식이 실망스럽지만 전혀 놀랍지 않은 일로 생각한다.
그는 “트럼프의 외교 노력은 참호나 방공호의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연극 무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쟁을 신속히 끝낼 수 있다고 선언하며 집권했다. 그러나 푸틴과 통화한 뒤 트럼프는 물러설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번 통화는 혼란스러운 과정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졌다.
워싱턴이 모스크바에 압박을 가하길 거부하는 한, 이 과정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는 푸틴에 아무런 양보도 요구한 것 같지 않으며 러시아도 새 제안을 한 것 같지 않았다.
트럼프는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던 입장을 철회했고, 이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이 자신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트럼프의 입장이 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내주는 대신 애매모호한 안보 보장을 제시하며 러시아와의 협상을 압박해 왔다.
미 정부는 20일 이미 승인된 우크라이나 원조가 계속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추가로 방공망 확보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0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키이우에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어느 나라도 자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부 드니프로 지역의 약사 릴리야 잠브롭스카(27)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미래는 오직 우리의 것이기에”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평화 협상을 둘러싼 많은 정치적 계산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배경 소음처럼 여겨진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길 거부하자 실망하면서도 미국과 관계가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낸 이유다.
옥사나 파블렌코(50)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믿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푸틴을 강제하지 않고 전쟁을 끝낼 수 없을 것으로 믿으며 푸틴의 외교는 공격 강화를 위한 위장일 뿐이라고 본다.
러시아 국경 인근 최전선에서 전투하는 파블로 벨리치코 중위는 “전선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협상하는 척하면서 모든 방향에서 공세 작전을 펴고 있고 여름이나 가을에 총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59여단 소속 드론 조종사인 데니스는 평화협상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종전 의지를 보여준 징후가 전혀 없다. 전선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병력, 정보자산, 예비군을 총동원해 밀고 들어오려 한다”고 했다.
키이우 출신 병사 올렉산드르 팔리이(28)도 외국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있든 없든, 전쟁은 끝날 것”이라며 “그날이 올 때까지 몇 명이 더 죽어야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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