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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갈등 일단락…향후 방향은?

등록 2025.05.26 11: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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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26일부터 SK하이닉스 파견 재개"

'결별설'까지 나왔던 두 회사 극적 화해 성사

'HBM 동맹' 느슨해질 듯…공급망 변수로 주목

[서울=뉴시스]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와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사진=각 회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와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사진=각 회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장비 거래를 재개한 데 이어, 인력 파견에 합의를 이루며 지난 한 달간 계속됐던 양사 갈등이 일단락됐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양사 모두 더이상 실기해선 안된다는 판단 아래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는 평이다.

이에 양사가 추진하는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 한미반도체 인력이 출근해 CS(고객 서비스) 업무를 재개했다. 한미반도체 측은 "오늘(26일부터) 한미반도체 소속 CS인력 수십 명이 SK하이닉스로 출근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CS 인력은 클린룸(청정공간) 안에서 장비 오작동 시 즉각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HBM 제조 공정에서 납품 일정은 물론, 생산성과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인력이다.

그만큼 지난달 한미반도체가 특허 분쟁 중인 경쟁사 한화세미텍의 SK하이닉스 사업 수주에 반발해 CS 인력 철수를 결정했을 때는 업계에 '결별설'이 돌 정도였다. 양측 관계는 이 인력 철수를 전후로 급속히 악화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양사 경영진이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협상을 이어간 끝에 지난 16일 장비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한미반도체 인력도 다시 파견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의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025.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의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025.05.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감정보다 '현실'…양사 모두 서로 필요

이 같은 양측 화해는 시장에선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HBM 생산 차질 등 양사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HBM 등 엔비디아 향 매출은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SK하이닉스는 HBM 제조에 필요한 TC본더의 90% 이상을 한미반도체로부터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다. TC본더의 또 다른 공급사인 한화세미텍 만으로는 원하는 일정에 맞춰 필요한 장비를 모두 충당하기란 쉽지 않다.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한미반도체와 완전히 결별한다면 득보다 실이 큰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향 HBM 제품의 모든 품질 검증은 한미반도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직접 한미반도체를 방문해 적극적인 화해를 시도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미반도체에게도 SK하이닉스는 놓칠 수 없는 핵심 고객사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SK하이닉스향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HBM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두 업체의 경색 관계가 경쟁사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불안이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 경영진의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응과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의 결단도 극적 화해의 물꼬를 튼 배경으로 꼽힌다.
 *재판매 및 DB 금지


'HBM 동맹'도 실리 추구로…시장판도 바뀔 수도

일단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HBM 동맹'으로까지 평가받던 두 회사는 앞으로 이전같은 관계를 이어가긴 힘들지 않겠느냐나는 목소리도 나온다. HBM 제조에 있어 상호 의존도가 높던 두 회사가 이제부터는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 다각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HBM은 워낙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 능력을 최적화하려면 다양한 공급사와 협력이 필수다.

이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등으로 TC본더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TC본더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장비 업체들과도 공급망 다각화에 나설 수 있다.

한미반도체 역시 앞으로 더 실리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SK하이닉스에 파견 인력을 무상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파견 인력을 철수시키는 상식 밖 초강수를 뒀지만, 고객 관계가 파국을 맞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한미반도체가 '슈퍼 을' 지위를 각인시켰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당분간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이어가며, 앞으로 외연도 더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공급망에서 한미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할 수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HBM 시장에서 사업 기회는 또 나올 수 있다.

한미반도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 고객사에서 발생했다. 업계에선 미국 HBM 제조 업체인 마이크론과 한미반도체의 거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의 협력 가능성도 주시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와 과거 특허 분쟁을 겪은 데다, 현재 반도체 장비 자회사인 세메스와 일본 신카와에서 TC본더를 납품받고 있어 협력업체 추가 확보 필요성은 낮다는 평이다.

단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 상황에서, 양측이 '윈-윈'할 수만 있다면,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반자도 없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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