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웹툰 '견우와 선녀' 작가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안수민 작가 서면 인터뷰…"아이들 주변에 좋은 어른 많았으면"
인기 웹툰 '견우와 선녀' 드라마화…"상상도 못 해본 큰 행운"
청춘 로맨스에 무속신앙 더해 신선…"독자들 덕분에 보람"
![[서울=뉴시스] 웹툰 '견우와 선녀' 작품 이미지.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2025.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06/NISI20250706_0001885664_web.jpg?rnd=20250706233308)
[서울=뉴시스] 웹툰 '견우와 선녀' 작품 이미지.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2025.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람에게 상처받습니다. 그러나 끝은 결국 사람으로 인해 치유받게 됩니다. 나쁜 사람이 많지만, 분명히 좋은 사람도 많다고 생각해요."
안수민 작가는 7일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웹툰 '견우와 선녀'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이같이 밝혔다.
AI(인공지능)의 시대, 모든 것이 빠름을 요구하는 세상이다. 어쩌면 느리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견우와 선녀'는 싱그러운 열여덟 청춘들의 로맨스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죽을 운명을 지닌 소년 '배견우'와 이를 막으려는 고등학생 무당 '박성아'가 벌이는 거침없는 로맨스다. 스토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예측이 어려운 전개와 열여덟 청춘만의 순수한 매력, 무속신앙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안긴다. 2020년 2월 네이버웹툰에서 첫 연재를 시작한 뒤 2023년 1월 156화로 완결,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 전반에 동화적인 감성과 미스터리한 긴장감이 녹아 있다. 성아는 낮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밤에는 용하기로 소문난 천지선녀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성아의 눈에 죽음이 가까워진 사람들은 '거꾸로' 보이는데, 법당 안으로 견우 역시 거꾸로 들어선다.
성아는 멋진 외모의 견우에게 첫눈에 반하고, 태어날 때부터 죽을 운명을 타고난 견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견우는 성아를 만나면 이상하리만큼 평온해지고 가까워지는 듯했으나, 견우의 액운 때문에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운을 안기는 그의 삶은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 성아는 견우의 죽음을 막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묻자 안 작가는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던 어느 날,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 한 줄을 읽었다"고 답했다. "'무당의 눈에 곧 죽을 사람은 거꾸로 걸어들어온다.' 그 글을 읽자마자 법당 안을 거꾸로 걸어들어오는 잘생긴 소년과 그 소년에게 반한 소녀 무당의 장면이 떠올랐다"고 했다.
성아 캐릭터에 대한 자문을 묻자 안 작가는 "오래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가 있었다"고 밝혔다. "20대의 대부분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함께했던 친구인데, 그 친구의 조부모님께서 무속인이셨다. 이사할 집의 터를 봐주시기도 하고, 꿈자리가 사나울 땐 부적을 써주시기도 하셨다. 덕분에 이야기를 구상할 때 많은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견우와 선녀'는 청춘의 다양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풋풋한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무속 신앙'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이 작품만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력과 무속에 대한 세심한 고증, 현대적인 해석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무속 신앙은 자칫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한데, 고충은 없었을까.
안 작가는 "무속신앙은 늘 우리의 삶 언저리에 분명히 자리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불편하고 어려워한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와 소년을 앞세웠다"고 밝혔다.
"섬뜩하고 무서운 무속신앙이라는 소재를 사랑스러운 첫사랑으로 중화시키고 싶었거든요. 문제는 제가 그 '사랑스러운 첫사랑'이 가물가물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 봐도 10대의 풋풋하고 설레었던 그 감정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누가 봐도 두근두근하며 분위기를 풀어줘야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늘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했답니다"라며 솔직함이 묻어나는 고백도 덧붙였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안 작가는 따뜻한 미소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카페에서 작업 중 한 여학생분이 오셔서 블루베리 마카롱을 주시고 가셨어요. 당시 작화 작업 중이었는데, 그림만 보고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동했답니다. 그때 받은 마카롱은 차마 먹지 못하고 냉동실에 고이 모셔놓고 가끔 꺼내보곤 해요."
![[서울=뉴시스] 안수민 작가 캐리커처. (사진=안수민 작가 제공) 2025.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06/NISI20250706_0001885663_web.jpg?rnd=20250706233051)
[서울=뉴시스] 안수민 작가 캐리커처. (사진=안수민 작가 제공) 2025.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배우 추영우와 조이현이 주연을 맡아 청춘의 로맨스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웹툰에 이어 단행본이 출간되고 드라마 제작까지 이어졌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묻자, 안 작가는 겸손함을 드러냈다.
"단행본 때는 그저 기쁘고 신기했었습니다. '드디어 내 책장에 내 이름이 쓰인 책이 꽂히는구나' 하고요. 책이 출판되었을 때는 일부러 서점에 찾아가 진열대에 놓여 있는 책 사진을 찍어오기도 했어요. 드라마는 실감이 나질 않았었습니다. 제작이 결정되고, 계약을 하고, 출연진이 결정되고, 촬영이 들어갈 때조차 마치 제 일이 아닌 것 같았어요. 아마 상상도 못 해본 큰 행운이어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아요. 방영일이 정해지고 나서야 온전히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마치 '견우와 선녀'처럼 운명적인 느낌이었다. "서양화과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휴학을 했어요. 되는대로 살던 어느 날 새벽, 눈이 번쩍 떠지며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 웹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루아침에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다니···.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늘 만화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만 그걸 스스로도 알지 못했기에 주변을 배회하며 방황하고 있었던 거죠. 지금은 제가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만화를 매일매일 그릴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무엇보다 매주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답니다."
마감 스트레스 극복법에 대해서도 안 작가는 긍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일주일간 해야 할 일을 세세하게 나누어 놓은 후, 매일 그 몫을 해낼 때마다 후련함을 느낍니다. 거기다 한 화를 모두 완성하면 그 성취감에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려요."
인간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흔히들 죽음을 터부시하지만,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 삶을 더 소중히 여기고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안 작가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바뀌곤 한다"고 털어놨다. "아무것도 없는 끝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고, 다음 생을 위한 환승역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요즘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등산 후에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이요."
안 작가는 "아이들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에선 의도적으로 조력자 어른을 등장시키는 편입니다. 성아 옆의 신어머니나 견우 옆의 엄마처럼요. 아낌을 받고 자라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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