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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소소리' 고선웅 "영웅 아닌 민초 이야기…지구 한 바퀴 돌았으면"

등록 2025.08.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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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퉁소소리' 재연…백상예술대상 등 수상작

17세기 '최척전' 원작…"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전쟁은 나쁜 것, 이런 아픔 재현하면 안 된다는 것"

내달 서울시극단장 임기 마무리…"좋은 희곡위한 투자 중요"

26일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고선웅(왼쪽부터) 서울시극단장, 최나라, 정새별, 박영민.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6일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고선웅(왼쪽부터) 서울시극단장, 최나라, 정새별, 박영민.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영웅의 서사는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그 영웅 바로 밑에 있는, 그 아래에서 죽어갔던 많은 사람들의 서사는 없잖아요. 관점을 조금 바꾸면 좋지 않을까요."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26일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각색과 연출을 맡은 연극 '퉁소소리'의 기획 의도를 이같이 밝혔다.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최척전'을 원작으로 고 단장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작품은 조선시대 평범한 삶을 살던 최척 일가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명·청 교체기의 혼란한 소용돌이 속에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다시 해후하기까지 30년의 여정을 그린다.

원작은 17세기 작품이지만 고 단장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많아진 것 같다. 뉴스를 보면 '몇 명이 죽었네, 대통령이 누구를 만났네' 하는데 실제로 안에 들어가서 보면 놀라울 만큼 잔인하고 이런 만행이 자행될 수 있을까 싶다. 직접적인 당사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데 소파에 앉아 웃으며 악수하는 게 너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초들의 고난을 이해해봤으면 한다. 그런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생명을 이어온 인류의 노고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인공지능(AI)이 판을 쳐도 숭고한 인간의 가치를 같이 교감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했다"고 보탰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쟁 속 민중들의 아픔을 다뤘지만 고 단장 특유의 유머와 연출이 들어가 극은 마냥 무겁게 흐르지 않는다.

고 단장은 "연극은 쉽고 재밌어야 한다. 쉽지 않으면 보는 사람이 '내가 왜 이해 못하지' 하고 바보 되는 기분이 있다.  그런데 또 막상 너무 쉬우면 싱겁다. 그래서 그걸 잘 조절해야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무대를 비우고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하려는 건, 뭘 채우려고 할수록 맹맹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지우고, 가볍게 해야 깊이도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지난해 초연해 큰 호평을 받았다. 202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2025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대상, 2025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수상했다.

고 단장은 지난해와 작품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 "세포도 늙어가고, 생각도 달라지고, 기량도 달라진 만큼 매일이 다르다"며 "연습하면서 계속 좋아지는 걸 느끼는 게 가장 달라진 것 같다. 무대 장치는 배가 나오는 장면의 비주얼을 보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호재, 정새별, 박영민 등 초연 무대를 함께했던 배우들이 이번 재연도 함께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옥영 역을 맡은 정새별은 "우리나라 작품이기도 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쾌하고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재밌게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30년의 세월을 살아내는 것에 대해서는 "빠르게 사건이 몰아치는데 그 안에서 끝까지 가다 보면 '포기하지 않고 살았구나'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최척 역의 박영민은 "지난해 이 작품을 하게돼 꿈만 같았는데 올해 다시 연습실에 와 사람들을 마주하니 '현실이구나' 느껴진다"며 "현실이 되다보니 객관적인 시선이 더 생긴 것 같다. 더 재밌어지고 있는 거 같으니 작년에 보신 분들도 다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최나라(왼쪽부터), 박영민, 정새별,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최나라(왼쪽부터), 박영민, 정새별,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 단장의 바람은 이 이야기가 전쟁을 겪은 우리 국민들은 물론, 세계에 가 닿는 것이다.

그는 "평화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했다"며 "(민중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윗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일본도 갔으면 좋겠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일본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전쟁은 나쁜거고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지구 한바퀴를 돌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고 단장이 서울시극단장으로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리는 '고별작'이다. 지난 2022년 9월5일 서울시극단장에 임명된 그는 3년 임기를 마치고 내달부터 자신이 이끄는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 단장은 "마방진은 내가 만든 극단이고, 2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올려야 한다. 이 안에 있으면서 마방진 이야기를 하는 게 모양이 사납더라. 임기 3년을 했으면 충분히 했다"며 웃었다.

공공극단의 역할에 대해서는 "시민의 문화 향유를 목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관객에게 선보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좋은 희곡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예산이 늘어날수록 완성도는 높아지고 볼거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퉁소소리'는 다음 달 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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