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된 정선 '공추위' 30년, 이제는 미래를 설계한다
지역살리기공추위, 대한민국 주민운동으로 자리매김

지난 18일 강원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3.3주민운동의 날 30주년 기념식 및 석탄산업 전환시대 정명식에서 안승재 위원장과 최승준 정선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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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의 30년은 단순한 지역 투쟁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불의에 맞서 주민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민주주의의 살아 있는 교과서이자, 대한민국 주민운동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역사의 증거다.
강원랜드 설립의 주역으로 출발해 수많은 현안에서 최전선에 섰던 공추위는 이제 또 다른 30년을 향해 미래 설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공추위의 출발은 강원 정선군 사북과 고한번영회가 중심이 되어 펼친 생존권 투쟁이었다. 폐광정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주민들은 1995년 3월 3일 거리로 나서며, 1980년 사북항쟁의 불길을 다시 타오르게 했다.
이른바 ‘3.3 투쟁’은 마침내 대한민국 최초의 주민입법인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을 탄생시켰다. 주민이 스스로 만든 법, 그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국가 책임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후 30년 동안 공추위는 강원랜드 개장 전후의 갈림길마다, 금강산·영종도·제주 카지노, 관광호텔 슬롯머신 설치, ‘바다이야기’ 사태, 전자카드 도입, 새만금 카지노 저지 등 숱한 현안마다 최전선에 서 왔다.
주민운동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치열한 그 기록 속에서 ‘공추위’는 곧 주민운동의 대명사가 되었다.
송재범 전 위원장은 “영종도·제주 카지노 문제 대응을 위해 매년 수십 차례 상경했고, 장관 퇴진운동까지 벌였다”며 “무보수 봉사였지만 강원랜드와 지역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숱한 협박과 위기 속에서도 전략을 세우고 투쟁에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온갖 협박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맞섰던 이 30년은 ‘단결·헌신·화합’이라는 정신으로 관통된다.
지난 17~18일 열린 30주년 기념식과 학술포럼, 백서 발간은 그 성과를 집대성하는 자리였다.
특히 ‘석탄산업 전환지역 정명식’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넘어 미래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폐광지역은 과거의 이름이고, 전환지역은 미래의 이름”이라는 선언은 주민운동 30년의 결실이자 새로운 30년의 비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공추위는 30주년을 맞아 심볼마크, 로고타입, 시그니처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꿨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공추위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높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정의로운 외침으로 미래를 개척한 주역”이라 했고, 최승준 정선군수는 “정부 정책을 바꾼 위대한 실천”이라 강조했다. 이철규 국회의원 역시 “대한민국 주민운동사에 길이 남을 성과”라고 평가했다. 주민운동은 이제 지역을 넘어 국가가 자랑해야 할 민주적 성취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공추위의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안승재 위원장은 30주년을 맞아 ▲3월3일 ‘주민운동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 ▲폐특법의 시대착오적 조항을 걷어내고 ‘석탄산업전환지역법’으로 재정립 ▲사행산업 낙인과 매출총량제 규제 철폐 등을 새로운 과제로 천명했다.
인공지능과 기후위기 시대, 공추위는 또다시 위기 앞에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안승재 위원장은 “지난 30년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과하고 선배 공추위원장들의 희생과 헌신 및 화합으로 일궈낸 성과였다”며 “전환시대를 맞아 이제는 새로운 희망의 미래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공추위의 30년은 결산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이제 공추위는 ‘대한민국 주민운동의 전설’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싱크탱크’로서 더 큰 길을 열고 있다.

2022년 2월 8일 공추위 앞 광장에서 공추위원들이 강원랜드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공추위는 30주년을 맞아 기념 백서 ‘공동의 유산, 모두의 미래’를 펴냈다. 총 570여 쪽에 달하는 이 백서는 1부 ‘뜨겁게-불의에 맞서다’, 2부 ‘함께-도전을 물리치다’, 3부 ‘바르게-정의를 세우다’, 4부 ‘깊게-마을로 들어가다’, 5부 ‘크게-미래를 열다’라는 테마로 공추위 30년의 여정을 집대성했다.
또 상징인 심볼마크·로고타입·시그니처를 미래지향적으로 새롭게 정비했으며 기념 엠블럼은 ‘1995-2025, 역사가 된 주민운동 공동의 유산, 모두의 미래’로 확정해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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