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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의대 증원 2000명, 비논리적 산출…일괄 증원 선호한 尹, '충분히 더 늘려라' 지시"(종합)

등록 2025.11.27 12: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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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감사 요구로 복지부·교육부 대상 감사 실시

"시점 다른 현재·미래 부족 의사수 단순 합산" 지적

복지부 장관 '단계적 증원안'에 윤 전 대통령 반대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서 현장 점검도 실시 안 해"

역술인 천공의 '2000명 증원' 개입 의혹엔 "사실 아냐"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월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2.2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월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윤석열 정부 시절 의정 갈등 사태를 불러일으켰던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에 대해 감사원은 부적정한 예측을 토대로 증원 규모가 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증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회의 의대 정원 증원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 요구로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2월 복지부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 정원을 2000명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의정 갈등과 의료 현장 파행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정부는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전망을 증원 규모의 근거로 들었다. 1만5000명은 현재 부족한 것으로 산출된 의사 수 5000명에 연구보고서 3개를 토대로 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1만명을 합산해 추산한 것이었다.
 
우선 감사원은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산출한 연구는 지역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나타낸 것으로 전국 총량 측면에서 부족한 의사 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증원으로 취약지에 5000명의 의사가 충원되면 비취약지는 수요가 감소해 공급과잉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감사원은 시점이 다른 현재와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를 단순 합산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족한 의사 수가 5000명이라고 해도 이를 인구구조 변화 효과를 반영해 보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부족한 의사 수는 의사 인적 구성, 근로행태, 기술 발전 등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복지부에서도 지난 2023년11월 내부적으로 초저출산, 근로시간 감소, 고령층 의료이용 감소 추세 등 최신 경향을 반영한 결과 부족 의사 수가 1만650명에서 5841명으로 줄어든다는 추계를 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국정기획수석은 이를 보고받고 수급 추계는 가정에 따라 변동이 심해 새 가정을 추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복지부는 증원 발표 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증원 규모에 대한 사전 논의를 실시하지 않았고, '2000명 증원' 발표 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선 충분한 자료와 논의 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정심 회의 시작 1시간 후 정원 확대 방안을 브리핑하기로 함에 따라 심의가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서울=뉴시스]감사원은 27일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픽 감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감사원은 27일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픽 감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감사를 통해 증원 결정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은 "당시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반발 완화와 교육 여건 확보 등을 고려해 단계적 증원을 선호했으나 대통령·대통령비서실은 증원 단계마다 갈등 유발 등을 사유로 일괄 증원을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밝혔다.

증원 규모 논의 초기인 지난 2023년 6월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 2025~2030년 500명 증원안을 보고했고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2025~2027년 1000명, 2028년 2000명 증원안이 보고됐으나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라고 지시했다고 조사됐다.

이어 조 전 장관은 2023년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보고했고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안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2000명 일괄 증원안은 이관섭 당시 정책실장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대통령비서실이 단계적 증원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고 2000명 일괄 증원안에 대해 대통령비서실과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 이를 보정심에 상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시 '증원 단계마다 갈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통령 의중이 강했던 이유는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면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취지로 계속 이야기했다고 한다"라며 "본인 임기 중에 해결하려는 의지도 있었다는 진술도 있었다"라고 했다.

감사 결과 복지부 내부에선 네 자릿수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00명 증원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사에서 이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라도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서는 대학별 배정 기준을 비일관적으로 적용해 타당성, 형평성이 저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선임한 배정위원회 위원에는 의대 교수가 포함되지 않았고 대학별로 현장점검을 실시하지 않아 대학의 학생수용역량 반영이 미흡했다. 또 배정 규모를 조정하면서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복지부에 분석 결과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중장기 수급 추계 실시 심의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통보했다. 교육부에는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에 타당성, 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한 의사 인력 수급추계를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국회가 요구한 감사 분야 중 의대 정원 증원 결정,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 대한 감사결과를 우선 처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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