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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농협, 사상 최악 콩 흉작에도 메주가격 '동결' 선택

등록 2025.12.19 1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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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품귀·원가 압박 속에서도 인상 대신 책임경영

영월농협 가공사업소 김대현(오른쪽) 소장이 홈쇼핑에서 영월 콩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영월농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월농협 가공사업소 김대현(오른쪽) 소장이 홈쇼핑에서 영월 콩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영월농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월=뉴시스]홍춘봉 기자 = 잦은 가을비로 사상 최악의 콩 흉작과 품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영월농협이 메주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콩 수매량이 1년 새 14%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 대신 동결을 택하며, 농민 보호와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고려한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평가다.

19일 강원 영월농협(조합장 최승철)에 따르면 올해 영월지역 콩 수확량 급감으로 콩 수매량은 370t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30t 대비 14% 이상 감소한 수치로, 지역에서는 '역대급 흉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월 한 달 내내 이어진 가을비가 콩밭을 초토화했다. 과도한 습기와 일조량 부족 속에서 자주무늬병과 미이라병 등 곰팡이성 병해가 확산되며 콩알은 여물기도 전에 썩거나 낙과됐다. 생산량 감소는 곧바로 콩 품귀 우려로 이어졌고, 원료 시장은 빠르게 불안정해졌다.

콩값이 들썩이자 장류와 두부 등 식품업계 전반에는 가격 인상 압박이 가중됐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한 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처럼 여겨졌고, 실제로 일부 가공·유통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거나 단행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영월농협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영월농협은 자사 메주 제품을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홈쇼핑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콩 품귀 국면에서 '인상'이 아닌 '동결'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농민 보호를 최우선에 둔 책임경영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영월지역에서는 350여 농가가 생산하는 콩과 1500여 농가의 고추를 영월농협이 100% 전량 수매하고 있다.

판로 불안 속에서도 농가들이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격과 재고 부담을 농협이 함께 떠안는 구조다.

김대현 영월농협 가공사업소장은 "콩 품귀 같은 위기일수록 농민과 소비자를 동시에 지키는 것이 농협의 역할"이라며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농민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농협의 핵심가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택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월농협 가공사업소는 지난해 매출 22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20억원 늘어난 245억원 달성이 유력하다.

영월콩과 영월고추를 중심으로 한 장류 사업에 집중하며, 메주·간장·된장은 물론 만능 된장찌개 소스와 간편식 제품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결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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