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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통과로 공개된 성범죄자 엡스타인 파일…검열·삭제·누락

등록 2025.12.21 0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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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것보다 공개되지 않은 부분 궁금증 키워

“‘트럼프’는 언급 없고, 클린턴 사진 부각해 정치적 이용”

“부분 공개는 의회의 30일내 전체 파일 공개 의무 규정 법률 위반”

[워싱턴DC=AP/뉴시스] 한 시민이 18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5.12.21.

[워싱턴DC=AP/뉴시스] 한 시민이 18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5.12.21.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 시각)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정부 수사 자료를 공개했으나 중요한 자료들은 검열, 삭제, 누락되는 등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 등 언론은 파일 내용에서 공개된 내용보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과 이유 등을 분석했다.

이번 공개는 법무부가 7월 비공개를 결정하자 지난달 의회에서 양당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켜 공개를 의무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수주간 이어질 추가 공개가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지지 우익들은 민주당 인사 관련 자료 적어 불만

법무부는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압박함에 따라 19일 공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련 수사 파일은 1만 3000건 이상이다.

파일 공개는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과 맺었던 관계에 대한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공개된 자료는 수천 장의 사진과 수사 문서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알려진 것 이상의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자료들은 대부분 2005년 플로리다주 팜비치 경찰이 시작한 최초 수사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또한 2008년 유죄 인정 합의로 마무리된 플로리다 연방 검찰의 후속 수사 자료와 엡스타인이 수감 중 사망해 사건이 종결되지 못한 채 마무리된 2019년 맨해튼 검찰의 최종 수사 자료도 포함됐다.

전화 기록, 여행 일지, 그리고 엡스타인의 여성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사건 파일 등 많은 문서들은 상당 부분 검열됐다.

특히 ‘뉴욕 대배심’이라는 제목의 119쪽 분량의 파일은 전체가 검게 칠해져 있었다.

파일 공개를 주장해온 우익 트럼프 지지자들도 저명한 민주당원 남성들이 엡스타인과 공모해 어린 여성들을 학대하고 범죄를 은폐했다는 증거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트럼프 이름은 거의 없고, 클린턴 사진 부각

공개된 사진 상당수는 트럼프의 정적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 장은 클린턴이 얼굴이 가려진 사람과 함께 온수 욕조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파일에는 사진에 대한 맥락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은 SNS에 “우리는 무언가를 봤다. 다만 당신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 뿐이다”고 올리며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법무부 대변인 게이츠 맥개빅은 X에 올린 글에서 클린턴과 함께 온수 욕조에 있는 사람을 ‘피해자’라고 지칭했다.

CNN은 클린턴과 엡스타인의 관계 및 엡스타인 전용기 이용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클린턴은 엡스타인 관련 범죄 혐의로 수사 당국에 고발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최근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엡스타인과의 잠재적 범죄 행위와 연관시킨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 앙헬 우레냐는 와일스의 발언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클린턴에게 집중하는 것은 “앞으로 닥칠 일이나 영원히 숨기려 하는 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관련 내용 거의 없어

이번 공개 파일에서는 트럼프의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엡스타인과 수년간 가까운 친구였고, 해당 파일 공개를 꺼렸던 것은 트럼프가 주요 인물로 등장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공개된 트럼프의 사진 대부분은 이미 공개된 것들이었다.

CNN은 과거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함께 있는 사진을 많이 봤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를 포함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고 전했다.

와일스 비서실장은 당시 그들을 젊은 플레이보이라고 불렀다. 한 여성은 엡스타인이 자신을 ‘트럼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한 이미지에는 트럼프 등 여러 사람의 사진이 책상 위와 서랍 안에 배열되어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트럼프의 이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엡스타인의 휴대전화와 메시지 기록, 항공편 탑승자 명단,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증언록에 나타났다.

CNN은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행적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가장 큰 의문점이라며 일련의 폭로로 이러한 의문은 더욱 커졌고 일부 엡스타인 피해자들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잭슨·월터 크롱카이트 등 유명 인사들 영향권으로

이 파일들은 엡스타인이 록스타 마이클 잭슨과 믹 재거부터 전설적인 뉴스 진행자 월터 크롱카이트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유명 인사들을 자신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였음을 보여주었다.

해당 자료들은 유명인사들이 엡스타인의 불법 행위를 알고 있었거나 연루되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였다.

레온 블랙과 레슬리 H. 웩스너 같은 사업가를 포함해 그간 엡스타인과 재정적으로 연루되어 온 다른 유명 인사들의 명단은 언급이 없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보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수천 건의 파일이 추가로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일 부분 공개는 법률 위반”

CNN은 법무부는 의회가 법을 통과시킨 지 30일 후인 19일까지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는 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에서 규정한 것보다 더 많은 이유로 광범위한 내용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삭제도 일관성이 없어 같은 내용이 어떤 경우에는 삭제되었지만 다른 경우에는 삭제되지 않았다. 대배심 증언록 119페이지처럼 전체 문서가 삭제되기도 했다.

몇몇 의원들은 법무부가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부분적으로 공개한 것은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공화·켄터키)은 SNS에서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을 올리면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법의 정신과 문구 모두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일은 법무부,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팸 본디가 진실을 은폐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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