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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절차는 왜 이렇게 어렵나”…방미통위, 다크패턴 '금지행위' 넣는다

등록 2025.12.22 18:11:30수정 2025.12.22 18: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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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디지털미래연구소 '디지털 이용자 권리보장 토론회'

"이용자 판단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특정 선택 유도…자율성 침해"

다크패턴 규제 필요성 커져…방미통위, 관련 법 개정해 엄정 처분

부처간 중복규제 우려도…"규제 공백 발생할 수 있어, 공동 대응"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디지털미래연구소가 ‘디지털 이용자 권리보장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디지털미래연구소가 ‘디지털 이용자 권리보장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한 사이트에서 '구독 해지'를 눌렀는데, 또 다른 화면이 뜨면서 다시 해지할 거냐고 묻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가서 해지하라는 걸까요."

디지털 서비스에서 이용자의 판단 과정을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특정 선택으로 유도하는 '다크패턴'이 단순한 소비자 피해를 넘어 선택권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22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디지털미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디지털 이용자 권리보장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설계가 선택 좌우…자기결정 전제 흔들려"

최 교수는 다크패턴 논의의 핵심을 개별 화면이나 사용자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 전반에 스며든 ‘설계의 문제’로 짚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가 이용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선택을 강요받거나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개인화와 초개인화 기술이 결합될수록 이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스스로 결정했다고 인식하지만 그 결정이 어디까지 자신의 판단이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최 교수는 이런 구조가 반복될 경우 다크패턴이 눈에 띄는 기만 행위를 넘어 시스템 전반에 내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불편이나 금전적 손실을 넘어 시간이 소모되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며, 궁극적으로는 자유로운 결정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다크패턴을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다른 결론으로 유도되는 선택 구조”라고 부연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려면 가격이나 해지 조건 같은 핵심 정보가 명확해야 하는데, 화면 설계가 이를 흐릴 경우 자기결정의 전제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특히 다크패턴이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약관이나 과잉 정보처럼 기존에도 존재하던 기만적 구조가 온라인 환경에서 더 정교해진 결과라는 해석도 공존한다.

서 교수는 "수백~수천 페이지의 약관을 소비자가 다 읽지 않는다. 과잉 정보로 오다보니 소비자들은 그냥 '동의'하면서 의미가 없어진 법적, 규범적 의미에 불과하게 된다"며 "이 역시 다크패턴의 모델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대에는 AI 능력치에 따라 이해 및 선택의 편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다크패턴은 모니터링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정의와 유형 분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나아가 사업자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간 중복규제 우려 있지만 '공백' 문제도…정부 "협업할 것"

다만 다크패턴과 관련해 여러 부처가 규제를 하고 있어 자칫 중복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다크패턴 규제에 나서면서 중복 규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처간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각각의 역할을 정리하고 사업자가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수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부처 간 이슈 중복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다크패턴 이슈는) 새로운 유형이 아니다"라며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다크패턴에 대한 명확한 패널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AI 시대에 다크패턴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는 매우 의미가 있다"며 "여러 부처가 앞다퉈 다루는 부분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미통위는 다크패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다른 부처와의 규제 중복이 아닌 규제 공백을 메우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조주연 방미통위 조사기획총괄과장은 "다크패턴은 어떤 사용자 경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공정한 시장 질서와 소비자 신뢰, 나아가 디지털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며 "방미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다크패턴 관련 점검 조사를 강화하고 다크패턴 행위가 금지행위에 포섭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과장은 "공정위 법령만으로는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다크패턴 근절을 위해 공정위, 개보위, 금융위 등 관련 부처와 공동 대응하되, 중복 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신환 방미통위 비상임위원은 "이용자 보호와 혁신 촉진 간의 균형을 바탕으로, 관련 제도의 정비와 가이드라인 보완, 그리고 민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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