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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탄절 메시지 “교황청 관료, 권력욕과 개인적 이익 제쳐두라” 촉구

등록 2025.12.23 06:22:29수정 2025.12.23 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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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프란치스코 ‘영적 알츠하이머’ ‘파벌의 암’ 등 보다는 유화적 표현

교황, ‘사제 수 감소’ 위기 해소 위한 교구의 경제적 평등 도모 등 제안

사제 수 2015년부터 줄어…사제 성추행 스캔들·외로움·경제적 어려움 등 요인

[바티칸=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2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과장에서 정오 기도인 삼종기도를 집전하고 있다.2025.12.23.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2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과장에서 정오 기도인 삼종기도를 집전하고 있다.2025.12.23.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AP/뉴시스] 구자룡 기자 = 교황 레오 14세는 22일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통해 가장 가까운 협력자들을 은근히 비판하며 바티칸 추기경들에게 권력욕과 개인적 이익을 제쳐두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로마 교황청에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진정한 형제애를 나눌 수 있을까요?”라고 교황청 관료 조직의 추기경과 주교들에게 질문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매년 성탄절 연설에서 교황청을 신랄하게 비판하곤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 날카로운 비판들을 쏟아내 바티칸 성직자들에게 때때로 ‘영적 알츠하이머’ ‘파벌의 암’ ‘야망의 부패’ ‘자기중심적인 쓸데없는 험담’에 시달린다고 비판했다.

레오 14세는 이런 비판을 되풀이하지는 않았고 어조는 훨씬 더 온화하고 건설적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메시지는 변함이 없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을 계기로 바티칸 관료들에게 양심을 성찰하고 교회의 유익을 위해 잘못을 바로잡도록 촉구하는 전통을 주저하지 않았다.

레오 14세는 “교황청에서 오랜 세월 봉사한 후에도 권력 행사, 승리하고자 하는 욕망, 또는 개인적인 이익 추구와 관련된 특정 역학 관계가 더디게 변화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고된 일상 속에서 가면을 벗어던지고 누구도 이용당하거나 소외되지 않으며, 진정한 지지를 주고 각자의 가치와 능력을 존중하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12년 동안 보수파와 바티칸 관료 일부와 소외되기도 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대체로 화합을 중시하는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그는 22일에도 바티칸 관료들에게 교회 안팎에서 화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불화와 폭력, 갈등으로 상처 입은 세상에서 디지털 영역과 정치권 모두에서 악용되는 공격성과 분노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크리스마스는 모든 이에게 평화와 보편적 형제애를 위해 노력하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2일 별도의 계획을 통해 사제 수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한 전 세계 가톨릭 사제들을 격려하고자 했다.

교황은 사제 수 감소의 원인을 성직자 성추행 스캔들로 인한 불신,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교황은 미래 사제 양성에 관한 두 가지 바티칸 교령 제정 60주년을 기념하는 문서에서 각 개인이 기쁨이 넘치는 사람, 기쁨이 넘치는 사제가 되도록 돕기 위한 몇 가지를 제안했다.

전 세계 사제 수는 수년간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23년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사제 수는 40만 6996명으로 전년보다 734명 줄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만 사제 수가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총 41만 5348명이었다. 바티칸 통계를 발표하는 선교 뉴스 통신사 피데스에 따르면 그해 1035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2년 후부터 감소 추세가 시작되어 그 이후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레오 교황은 사제들이 사목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학교의 교육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품 후 몇 년 만에 사목 활동을 그만두는 사제들의 ‘고통스러운 현실’도 지적했다.

또한 가난한 교구와 부유한 교구에서 사목하는 사제들 간의 경제적 평등을 도모하고, 사제들이 고립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체 생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주교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는 아우구스티누스회 소속 사제인 교황은 사제 부족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이해하려면 교회의 관행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사제직에 대한 소명을 고려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강력하고 진취적인 제안을 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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