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정세⑥]악수하며 끝나는 한일?…"어려운 문제도 정리해야"
지난달 29일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국익 실용 만으로는 로드맵 안 보여…협력은 구체적으로"
"예쁘게 포장된 관계 아래 문제 곪아…좋을 때 관리해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6.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21109215_web.jpg?rnd=20251229190445)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6. [email protected]
하지만 관계가 좋아 보인다고 관계가 단단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쌔요"라고 답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그를 만나 2025년 '정치의 대전환'을 겪은 한국과 일본이 2026년에는 어떻게 관계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지 물었다.
![[요하네스버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6.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1/24/NISI20251124_0021072478_web.jpg?rnd=20251124001434)
[요하네스버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6. [email protected]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핵심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저는 "결단과 전진" 그리고 "속도"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흔히 한국에서는 다카이치 총리를 '보수 우익'이나 '여자 아베'로 부르곤 하는데요, 그렇게만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취임 이후 현재까지의 모습은 이념을 앞세우기보다 '목표한 바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와 실천력이 훨씬 두드러집니다.
큰 방향은 아베 노선을 따르지만, '이념형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현안을 풀어내는 '정책가' '실무가'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출범한 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정책을 밀어붙이는 속도감이 눈에 띕니다. 일본 사회에 오래 쌓인 '변화가 없다'는 피로감과 갈증을 해소해 주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다카이치 내각을 상대로 한 현재 한국의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정학적 조건이 다른 두 나라를 똑같이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환경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일본은 긴 호흡으로 정치적 지향점과 외교 방향을 비교적 일관되게 다져 왔습니다. 예컨대 헌법 개정처럼 민감한 의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제기하면서 논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왔고, 이제는 비핵 3원칙 재고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단계에 와 있는거죠.
반면 우리 외교는 지향점과 로드맵을 더 또렷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구호를 넘어, 한국 외교가 말하는 '국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우선순위와 기준이 무엇인지가 더 선명해야 합니다. 무엇을 최우선에 둘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지, 어디까지 유연하게 조정할지 등을 설명하는 더 정교한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포커스를 둬야 일본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요?
"구호를 넘어 실제로 돌아가는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방 소멸 공동 대응' 같은 선언에 그치지 말고 일본이 전략산업으로 추진하는 분야 가운데 우리가 설계 단계부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양국 모두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를 먼저 제시해야 합니다. 스마트시티나 첨단 기술 협력, 정보보안 강화 등 양국이 함께 설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과제들에 구체적인 협력을 이행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협력하자'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말에 그치기보다 실무적으로 서로의 이익이 맞물리는 지점을 공략해야 비로소 외교의 실질적인 성과가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해 2월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2026.01.06.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17/NISI20250217_0020703447_web.jpg?rnd=20250217145835)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해 2월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2026.01.06. [email protected]
-협력 의제를 설계한다고 해도, 그걸 떠받칠 관계의 기반이 튼튼해야 합니다. 지금 한일 관계의 기초 체력은 어떤가요.
"겉으로는 원만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예쁘게 포장된 관계 아래에서 과거사 문제와 현안이 곪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과거사는 정서적 위로를 넘어 실제로 풀어야 할 실무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당장 군함도나 사도광산의 전시 개선·추도처럼 일본의 약속 이행이 필요한 사안이 있고, 강제징용 해법 마련 이후 재원 조달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합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합의로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재단 잔여금 처리나 관련 소송 승소 이후 집행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한일대륙붕공동개발(JDZ) 협정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사는 잠시 덮고 실리부터 챙기자는 접근이 더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관계가 원만한 지금이야말로 잠재적 리스크를 논의하기에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정권 출범 초기에 이런 문제의식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첫 정상회담 같은 상징적인 자리에서 우리 정상이 '어려운 현안이 있지만 함께 풀어가자'는 메시지를 한 문장이라도 던졌다면,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침묵하다가 뒤늦게 문제를 꺼내면 상대는 방어적으로 변하고 '왜 이제 와서'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한일 관계의 극적인 전환점에는 늘 과거사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돼요. 어떤 때는 일정 부분 정리했고, 어떤 때는 완전한 해결이 아니더라도 관리 가능한 형태를 만들면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습니다. 1965년 국교 정상화로 관계가 제도화됐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민간 교류가 크게 넓어진 것처럼요. 당시에도 갈등은 있었지만, 이를 넘기려는 노력 속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과거사는 장애물이라기보다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전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외교에서는 정상의 '상징적 메시지'가 큰 역할을 합니다. 구체적 현안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남아 있는 과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가자'는 함축적인 언급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상 간에 언급된 메시지는 무게감이 있고, 양국의 외교적 여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채 우호적 분위기에서 상대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됩니다. 정상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예민한 사안은 트랙1.5나 트랙2 같은 민간 채널을 통해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투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6.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21109223_web.jpg?rnd=20251229191204)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1.06. [email protected]
-2026년 한일 관계를 실제로 굴리기 위해 정부가 보완해야 할 지점은 무엇입니까?
"'정책 집행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요 재외공관장이나, 정부 내 핵심 보직 인사가 늦어지는 상태가 길어지면, 아무리 훌륭한 외교적 의제가 있어도 실무 차원에서는 병목 현상과 정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일 관계는 타이밍과 속도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백과 정체를 조속히 메워 외교 전열을 정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과 채널의 목소리를 포용해야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외교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최은미 박사는=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 방문 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을 거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외대, 고려대 특임강의교수 등으로도 활동한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한일의 상호인식, 여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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