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키우자' 만든 디지털의료제품법…"발목 잡을라" 우려[물 들어온 의료AI③]
의료AI 확산세…병·의원 등 의료 기관에 속속 도입
정부,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지원과 관리 동시에
![[서울=뉴시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 인공지능(AI)는 병원의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란병원 종합검진센터는 지난해부터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메디컬에이아이, 메디웨일 등의 의료AI 솔루션을 대거 도입했다. 사진은 뇌 MRI 영상검사 모습. (사진=세란병원 제공) 2025.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05/NISI20251205_0002011065_web.jpg?rnd=20251205112248)
[서울=뉴시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 인공지능(AI)는 병원의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란병원 종합검진센터는 지난해부터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메디컬에이아이, 메디웨일 등의 의료AI 솔루션을 대거 도입했다. 사진은 뇌 MRI 영상검사 모습. (사진=세란병원 제공) 2025.1.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의료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정부의 역할 역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안전성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적 유연성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의료AI를 둘러싼 정책 환경은 이제 ‘규제냐 육성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두 요소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는 그 균형을 가늠할 제도적 ‘판’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4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의료AI를 포함한 디지털의료기기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지원하기 위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은 기존 의료기기법 체계로는 충분히 포착하기 어려웠던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의료 제품을 별도의 틀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동안 의료기기 규제와 지원 정책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하드웨어 의료기기 부문이다.
하지만 최근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은 소프트웨어, 데이터, 알고리즘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의료AI는 영상 판독, 진단 보조, 치료 계획 수립 등 의료 전 과정에 걸쳐 활용 범위를 넓히며 기존 의료기기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의료AI 산업 역시 지난 2~3년 사이 뚜렷한 변화를 겪었다. 초기에는 연구개발(R&D)과 시범 사업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 병·의원 현장에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해외 인허가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산에 나서고 있다.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제기된 문제도 적지 않다. 의료AI의 판단 근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거나 학습 데이터의 편향으로 인한 결과 왜곡 가능성,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은 기존 규제 틀만으로는 명확히 정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의료AI가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거나 일부 역할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의료AI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성·유효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사전 허가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주기 관리 체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안전을 고려하는 동시에 산업을 지원하는 법이라는 점을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혁신성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제도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담겼다. 의료AI처럼 알고리즘 개선과 업데이트가 중요한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변경 관리 기준을 합리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규제 문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기술 개발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단일 규제만이 아닌 '관리를 통한 지원'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일정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가 확보되면 의료 현장과 소비자,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AI 기업들이 임상 현장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설명회 개최 등에도 적극적이다.
산업계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을 통해 의료AI가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불확실했던 규제 환경이 일정 부분 정리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규제가 과도하게 작동할 경우 산업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의료AI는 알고리즘 개선 주기가 빠르고, 임상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성능이 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사소한 업데이트에도 복잡한 행정 절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특히 사후 관리 기준과 변경 허용 범위를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변경과 단순 성능 개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규제 당국 모두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의료AI 산업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제도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작동할 경우, 국내 의료AI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반대로 규제 해석의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제도 운영이 경직될 경우, 산업 성장 동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료AI를 둘러싼 규제와 육성의 줄타기가 올해 시작됐다"며 "올해 정부의 선택과 실행이 향후 국내 의료AI 산업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