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 써주세요" 전주 '얼굴없는천사' 올해도 찾아왔다
25년간 누적기부액 10억 4483만 6520원.

천사가 두고간 박스.(사진=전주시 제공)2025.12.30.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매년 연말마다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소식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해졌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현금을 두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와서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께 노송동 주민센터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촌 한식뷔페 앞 소나무에 상자 1상자를 두었으니 좋은 곳에 써주세요."
전화기 너머로 이러한 말을 남긴 이는 곧바로 전화가 끊겼다. 직원들은 얼굴없는 천사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장 현장으로 달려간 직원은 돼지저금통이 들어있는 종이 박스를 발견했다.
전주시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천사가 기부한 금액을 공개할 예정이다.
26년전 시작한 천사의 선행은 지난해까지 누적 기부액 10억4483만6520원. 25년 간 천사가 이웃을 위해 기부한 금액이 10억을 돌파했다.
이름과 직업 모두 베일에 쌓인 천사의 기부는 지난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동사무소에 기부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때부터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매년마다 이같은 기부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그가 두고 간 6000여만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천사의 선행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뜻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도 이어졌다. 전주시는 지난 2009년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으며,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를 천사의 길로 명명하고 기념공원도 조성했다. 지역주민들은 매년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기념해 불우이웃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선행을 연극과 영화로 풀어내는 이들도 있었다. 2011년 12월9일에는 전북지역 연극단체인 창작극회가 얼굴 없는 천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연극 '노송동 엔젤'이 무대에 올랐으며, 2017년 4월에는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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