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마티스를 세상에 알린 비평가…'로저 프라이' 평전
영국 미술비평가…미술사 흐름 바꿔
버지니아 울프 집필 유일한 평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잔과 마티스, 고흐와 고갱. 오늘날 미술사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 이름들이 처음 대중 앞에 등장했을 때 반응은 냉혹했다. “유치하다”, “미친 그림 같다”, “아이 낙서 수준이다.”
그 논란의 중심에 한 사람이 있었다. 영국의 미술비평가 로저 프라이(1866~1934)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평전 ‘로저 프라이: 시대의 예술, 세기의 우정’(글항아리)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20세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비평가 로저 프라이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평전이다.
로저 프라이는 1910년 런던에서 열린 전시 ‘마네와 후기 인상파(Manet and the Post-Impressionists)’를 통해 세잔, 마티스, 고갱, 고흐 등의 작품을 처음 대중에게 소개했다. 당시 전시는 거센 조롱과 비난을 불러왔다. 언론과 대중은 작품을 두고 “터무니없고 무정부주의적이며 어린아이 그림 같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전시는 미술사의 방향을 바꿨다. 훗날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한 사람에 의해 대중의 취향이 바뀐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로저 프라이가 이끈 변화”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프라이의 출발이 예술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엄격한 퀘이커 집안에서 태어나 과학자가 되길 기대받았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과학 성적이 뛰어났다. 하지만 케임브리지에서 미술사 강의를 접하며 삶의 방향이 바뀐다. 그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이 길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예술을 선택한다.
이후 프라이는 비평가와 전시 기획자로 활약하며 유럽 미술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고, 잡지와 강연을 통해 새로운 미술을 소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화가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꼈지만, 그의 작품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한 개인전 이후 “다시는 개인전을 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평전에서 프라이의 예술적 업적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함께 그려낸다. 그는 뛰어난 지성과 유머를 지닌 인물이었고, 예술가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친구였다. 동시에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는 독선적이고 고집스러운 면모도 지녔다.
울프는 그런 빛과 그림자를 함께 기록한다. 그 결과 이 책은 한 미술비평가의 전기이면서 동시에 20세기 초 영국 지성계와 예술가 공동체의 풍경을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
화가로서는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그가 발견한 화가들은 미술사를 바꿨다. 때로 한 사람의 시선이 한 시대의 취향을 바꾸기도 한다. 로저 프라이의 이야기가 지금도 흥미로운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