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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은 8000만원인데 네카토는 200만원?"…'선불충전금' 한도 18년째 제자리

등록 2026.05.22 07:00:00수정 2026.05.22 0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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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하루 거래액 1조 넘어

2008년 설계한 한도 현실과 간극

리스크 연계한 차등 규제 필요성

[서율=뉴시스] 간편결제 기능 사용 이미지.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율=뉴시스] 간편결제 기능 사용 이미지.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 직장인 A씨는 최근 부모님 환갑 기념 유럽 여행에서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의 편리함을 톡톡히 누렸다. 번거로운 환전 과정 없이 기존 충전금으로 현지 식당과 택시를 이용했고, 할인 혜택까지 챙겼다. 그러나 정작 부모님을 위한 고가의 명품 선물을 구입하려 할 때는 발목을 잡혔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낮은 결제 한도 때문이었다. A씨는 "백화점 할인 혜택은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정작 사용하려니 한도 때문에 이용할 수 없어 아이러니했다"고 토로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충전금 보유·이용 한도는 2008년 설정된 200만원에서 18년째 개정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기준이 처음 도입된 2008년은 국내 스마트폰 대중화 이전으로, 모바일을 통한 고액 결제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였다. 선불충전금은 교통카드나 일부 온라인 게임 머니를 충전하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기에, 이용자 보호와 금융 사고 방지를 위한 200만원 한도는 당시 기준에서 합리적인 안전장치로 평가됐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환경은 18년 사이 급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1조1053억원 수준으로, 매일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간편결제 서비스는 송금과 쇼핑을 넘어 여행·구독경제·해외결제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됐지만, 제도는 스마트폰 보급 이전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여행, 명품·중고거래, 구독 서비스 등 고액 소비가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이용자 불편도 커지고 있다. 선불충전금을 여러번 나눠서 충전해야 하거나 결제 직전 한도 초과로 거래 실패를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은 국내보다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페이팔은 신원이 검증된 이용자에 한해 1회 송금 한도를 최대 6만달러(약 8000만원)까지 허용한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 캐시도 신원 인증을 거친 이용자에게 최대 2만달러(약 2600만원)의 충전을 허용한다.

중국 알리페이·위챗페이는 연간 결제 한도를 최대 20만 위안(약 3800만원)으로 설정하되 등급 제한은 두지 않는다. 유럽연합(EU)도 신원 검증 완료 이용자에게 연간 거래 및 보유 한도를 개별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라 운용하도록 열어두고 있다.

공통점은 '신원 확인' 여부에 따라 한도를 차등 적용한다는 점이다. 기본 이용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한도를 적용하되, 신원 인증과 계좌 검증을 마친 이용자에게는 보다 높은 한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국처럼 신원 인증 여부와 무관하게 상한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주요국 가운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규제 체계 내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금법 적용을 받는 핀테크 업체의 선불충전금 한도는 200만원이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적용을 받는 카드사 선불카드는 최대 500만원까지 충전·보유가 가능하다. 기능적으로 동일한 결제 수단이지만 근거 법령에 따라 한도가 2.5배 차이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전금법에서도 거래 환경 변화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신원 확인 완료 이용자의 한도를 최대 1000만원까지 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이 고도화된 만큼 위험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산업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당국의 전향적인 검토와 제도적 배려가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안정성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 수준의 제도적 안전망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2024년 전금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선불업자들은 이용자 충전금의 100%를 신탁 등을 통해 별도로 관리하고, 이를 분기마다 공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한도 규제보다는 이용자 인증 수준과 보안 체계, 사업자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금융 확산 속도에 맞춰 이용자 편의와 소비자 보호 간 균형점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간편결제 시장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성장했고 시스템 안정성도 높아진 만큼 획일적인 충전 한도 규제를 재검토할 시점"이라며 "사업자의 신용도와 리스크 관리 체계, 내부통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차등적으로 한도를 적용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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