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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영어 시…기존 기록 300년 앞당겼다

등록 2026.05.26 2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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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 최근 7세기 노섬브리아의 농업 노동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캐드먼의 찬가(Caedmon's Hymn)'가 담긴 9세기 중세 필사본이 로마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2026.05.08.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AP/뉴시스] 최근 7세기 노섬브리아의 농업 노동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캐드먼의 찬가(Caedmon's Hymn)'가 담긴 9세기 중세 필사본이 로마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2026.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우영 인턴 기자 = 아일랜드 연구진이 로마의 한 도서관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어 시(詩)를 발견하는 학술적 쾌거를 이뤄냈다.

24일(현지 시간) 미 피플과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7세기 노섬브리아의 농업 노동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캐드먼의 찬가(Caedmon's Hymn)'가 담긴 9세기 중세 필사본이 로마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이번 발견을 이끈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TCD) 영어학부의 엘리자베타 마그난티 객원연구원은 "처음 이 시를 목격했을 때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고 우리 눈을 믿을 수 없었다"며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TCD의 중세 문학 부교수인 마크 포크너는 이 시가 중세 시대에 가장 많이 복제된 텍스트 중 하나인 베다 베네라빌리스의 '앵글인의 교회사(Ecclesiastical History of the English People)' 사본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에 발견된 더 오래된 사본 두 점에도 이 시가 고대 영어로 기록돼 있었으나, 이는 본문이 아닌 여백에 적힌 형태였다. 반면 이번에 로마에서 발견된 9세기 사본은 본문 내에 시가 완전히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포크너 교수는 캐드먼이 영국 노스요크셔의 휘트비 수도원에서 일할 당시 이 시를 지었다고 전했다. 전설에 따르면 캐드먼은 한 만찬 자리에서 대화 도중 공유할 만한 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움에 잔치를 떠나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꿈속에서 한 인물이 나타나 그에게 창조에 대해 노래하라고 명했고, 캐드먼은 기적적으로 꿈에서 깨어나 이 9행짜리 찬가를 지어냈다고 한다.

로마 국립중앙도서관의 중세·근대 필사본 큐레이터인 발렌티나 롱고는 이번에 발견된 베다 교회사 사본이 이탈리아 노난토라의 베네딕토회 수도원 필사 작업실에서 수사들이 필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의 유랑 역사 또한 극적이다. 로마의 다른 수도원과 바티칸, 소규모 교회를 거친 이 사본은 이후 영국의 고고학자 토마스 필립스와 스위스의 장서가 마틴 보드머, 오스트리아의 서적상 H.P. 크라우스를 거쳐 현재의 도서관에 당도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사라진 중세 문헌을 추적하던 중 1972년 크라우스로부터 이 사본을 매입해 도서관에 소장해 왔다.

포크너 교수는 "이번 로마 사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본문에 이 시가 포함된 가장 이른 문헌은 12세기 초의 것이었다"라며 "이번 발견은 그보다 무려 3세기나 앞선 것으로, 이미 9세기 초부터 영어라는 언어에 상당한 중요성이 부여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마그난티 연구원은 베다의 교회사를 4년간 연구하던 중, 로마 도서관에 디지털 버전을 요청해 검토하다가 이 시를 발견했다. 이후 포크너 교수와 함께 직접 로마로 날아가 실물을 확인했다. 그녀는 "도서관 카탈로그를 보고 책이 유실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며 "이 책의 복잡한 소장 이력 때문에 그동안 베다 연구가들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 사실상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고대 중세 학술지인 '초기 중세 영국(Early Medieval England)'에 발표했다.

이후 로마 국립중앙도서관은 전 세계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난토라 수도원 컬렉션 전체를 디지털화해 무료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도서관의 필사본과 희귀서적 열람실 책임자인 안드레아 카파는 "트리니티 칼리지 전문가들의 이번 발견은 단지 하나의 시작점일 뿐"이라며 "이러한 국제적 협력을 통해 수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수없이 많은 새로운 발견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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