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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랩·신탁 돌려막기' 증권사에 배상책임 인정…'선관주의 의무' 위반 첫 판단

등록 2026.06.30 1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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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손실 60~70% 배상

행정제재 넘어 민사책임까지…손해배상 기준 마련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6.03.1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6.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금융감독원이 레고랜드 사태 당시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만기 미스매칭' 전략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 대해 증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결정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의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첫 사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의 위법한 자산 운용으로 손실을 입었을 경우 행정 제재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명확해진 셈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전날 채권형 랩 상품 과정에서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한 증권사에 대해 고객에 입한 손실의 60~70%를 배상하도록 조정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투자자 A에게는 손해액의 70%인 12억6000만원, 투자자 B에게는 손해액의 60%인 3억9000만원을 각각 배상하도록 했다.

이번 분쟁은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과 기업어음(CP) 가격이 급락했고, 이에 따라 채권형 랩 상품에서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당시 관련 검사에 착수하고 9개 증권사(NH투자·미래에셋·한국투자·KB·하나·교보·유안타·유진투자·SK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등 제재와 함께 총 289억7000만원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손실 확대 배경에는 업계 관행으로 통용됐던 만기 미스매칭(불일치) 전략이 지적됐다. 만기 미스매칭은 채권형 신탁·랩 계좌에 유치한 자금을 장기 CP 등에 편입·운용하는 전략이다.

분조위는 증권사가 채권형랩 상품의 만기가 임박한 시점에서 잔존만기가 장기(10개월)인 채권·CP를 편입해 놓고도 시장상황 변화 등에 대비한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만기시 채권·CP를 목표한 가격에매도하지 못해 평가손실을 발생시킨 행위는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는 판단이다.

또 상당수 CP와 채권을 시가(민평금리)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충실의무 역시 위반했다고 봤다.

아울러 해당 증권사의 상당수 고가 매수 동기가 다른 고객 목표수익을 맞추기 위한 '제3자 이익도모'에 있었다는 점도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손해액은 투자자가 만기까지 정상 운용됐다면 받을 수 있었던 원금과 수익에서 실제 상환받은 금액을 뺀 차액으로 산정했다. 최근 법원이 증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점을 고려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배상비율은 관련 1심 판결 배상비율인 70% 수준에서 금감원 검사 결과와, 과거 분쟁조정 사례 등을 참고해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CP거래 의도·양태, 거래빈도, 투자일임 자금 목적, 신청인의 구체적인 운용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였는지 여부 등을 가중요소 반영했다. 투자자의 과거 투자경험과 금융전문성보유 수준 등을 감경요소로 고려했다.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분조위 결정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조정결정"이라며 "고객의 재산을 위법하게 운용할 경우 행정상의 제재가 부과될 뿐만아니라, 민사상의 책임도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증권사의 채권거래시 적절한 가격산정 등 건전한 채권운용 관행 정착을 유도해 나가겠다"며 "향후에도 분조위를 적극적으로 개최하여 소비자권익이 한층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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