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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내년도 예산 구조조정, 교각살우 경계해야

등록 2026.07.01 15:00:00수정 2026.07.01 15: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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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내년도 예산 구조조정, 교각살우 경계해야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기획예산처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예산 심의에 한창이다. 재량지출 15% 감축, 의무지출 10% 절감, 사업 수 10% 폐지가 목표다.

불요불급한 사업은 과감히 덜어내고, 인공지능(AI), 첨단산업, 청년·취약계층 지원처럼 꼭 필요한 분야에 재원을 다시 배분하겠다는 취지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달 8일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2027년 예산안은 예산편성 전 과정을 이재명 정부가 오롯이 주관하는 첫 예산안"이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올해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얼마나 줄이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왜 줄이느냐다. 줄일 사업과 지킬 사업을 가르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예산당국이 어떤 근거로 사업을 손보고, 어떤 사업은 유지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전 정부들도 지출구조조정을 내세울 때마다 처음에는 비효율 예산을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부처별로 일정 비율을 나눠 감액하거나 집행률이 낮은 사업부터 줄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오래된 관행성 예산은 살아남고, 준비 기간이 길거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은 먼저 깎이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같은 우려가 나온다.

기획처가 올해 처음 도입한 예산 통합평가 결과를 보면 평가 대상은 2487개 사업, 예산으로는 약 185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901개 사업, 55조원이 감액·통합·폐지 대상으로 꼽혔다.

감액 권고 대상에는 국방부의 장병 격려 사업, 법무부의 마약 수사, 산업통상부의 투자유치 기반 조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해외 진출 지원, 국회의 의원 외교활동 등이 포함됐다. 행사성 예산도 있지만, 국민 안전이나 산업 경쟁력과 관련된 사업도 섞여 있다.

물론 이름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무조건 예산을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마약 수사 예산도 성과가 낮거나 집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손볼 수 있다.

미래 산업 예산도 비슷한 사업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면 정리해야 한다. 장병 격려 사업 역시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국민 안전이나 미래 성장과 맞닿은 사업이라면 더 꼼꼼한 설명이 필요하다.

단순히 집행률이 낮다거나 성과지표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감액해서는 안 된다. 왜 줄이는지, 줄인 뒤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예산실 안팎에서는 예산을 달라고 직접 찾아와 설명하는 부처나 기관에는 결국 한 번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예산 심사가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커지면 목소리가 큰 곳, 자주 찾아오는 곳, 설명을 잘하는 곳의 예산은 살아남고, 정작 필요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사업은 밀릴 수 있다.

예산 구조조정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아끼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의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나라살림을 아끼겠다는 명분으로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내려다 꼭 필요한 사업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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