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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예견된 위기' 홈플러스 사태, 반복하지 않으려면

등록 2026.07.24 14:20:50

[기자수첩]'예견된 위기' 홈플러스 사태, 반복하지 않으려면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서 한숨을 돌렸다.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청산 위기에 직면했지만 즉시항고 기한을 앞두고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해 다시 회생 기회를 얻었다. 핵심 점포 67개를 자체브랜드(PB)와 식품 중심의 '한국판 트레이더 조'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무너진 납품망을 복원하고 협력업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돌아선 소비자 신뢰도 되찾아야 한다. 한 번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되살리는 데는 돈보다 더 많은 시간과 신뢰,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희생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리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로만 보기는 어렵다.

홈플러스 직원은 물론 입점업체와 납품업체, 물류 협력사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원만 최대 10만명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과 주민 생활을 떠받치는 거점 역할을 하는 만큼 그 여파는 지역경제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갑자기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이미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던 '예견된 위기'에 가깝다.

MBK파트너스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알짜 점포를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는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을 잃었고 경쟁력도 점차 약화됐다.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모펀드의 차입매수 구조와 재무 악화 가능성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견제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유통 정책 역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형마트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받는 동안 온라인 플랫폼은 새벽배송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정치권이 규제 완화를 다시 꺼내든 것도 홈플러스 회생 폐지 위기가 현실화된 이후였다.

홈플러스 사태는 어느 한 주체의 잘못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기업의 무리한 투자 회수,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금융당국, 변화한 유통 환경에 맞춰 제도를 손을 보지 못한 정부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실패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홈플러스 회생에만 머무르지 않는 후속 대책이다. 사모펀드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금융당국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변화한 유통 환경에 맞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홈플러스가 남긴 진짜 숙제는 한 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홈플러스를 다시 만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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