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엔 폭약 드론, 방산업체 수장엔 암살 모의…러 '하이브리드 위협' 아닌 '충돌'
등록 2026.08.28 16:48:18수정 2026.08.28 17:48:24
독일 공항서 폭약 드론, 흑해 가스전 인근엔 해상 드론
EU·나토, 정규전 문턱 아래 공격 묶어 ‘하이브리드’ 규정
전문가들 "위협 수위 가리고 대응 늦출 수 있어"
![[슈코이디츠=AP/뉴시스]6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황에서 폭발물을 실은 정체불명의 드론 4대가 발견됐다. 사진은 공항에 주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 모습. 2026.8.7.](https://img1.newsis.com/2026/08/06/NISI20260806_0001482677_web.jpg?rnd=20260807104826)
[슈코이디츠=AP/뉴시스]6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황에서 폭발물을 실은 정체불명의 드론 4대가 발견됐다. 사진은 공항에 주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 모습. 2026.8.7.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27일(현지시간) 유럽 안보 전문가와 외교관,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확인되거나 의심받는 사건들을 전쟁 문턱 아래의 저강도 위협처럼 보이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표현이 누적된 공격의 규모와 심각성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의 우크라이나 화물기 부근에서 폭약을 부착한 드론이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10일 뒤 공항 서쪽에서 세 번째 드론과 군용 폭약인 헥소겐으로 추정되는 물질 약 50g을 추가로 발견했다. 현지 언론은 보안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아직 배후를 공식 지목하지 않았으며 러시아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 암살 모의를 러시아가 유럽에서 벌인 일련의 공격 가운데 하나로 판단했다. 나토가 파악한 사례에는 열차 탈선과 방화, 정치인 소유 재산을 겨냥한 공격, 다른 방산업계 인사에 대한 암살 모의 등이 포함됐다.
루마니아군은 지난 20일 흑해 넵튠 딥 가스전 수백m 앞까지 접근한 해상 드론을 F-16 전투기와 함정을 동원해 파괴했다.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드론에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드론을 누가 발사했는지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루마니아 대통령은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것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밝혔다.
![[베를린=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운데)가 2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공원을 찾아 전날 프라이드 행사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5일 한 남성이 승합차로 프라이드 행렬을 향해 돌진한 후 마체테로 시민들을 공격해 1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으며, 이 남성은 경찰의 추적과 대치 끝에 사살됐다. 2026.7.27.](https://img1.newsis.com/2026/07/27/NISI20260727_0001457782_web.jpg?rnd=20260727084300)
[베를린=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운데)가 2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공원을 찾아 전날 프라이드 행사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5일 한 남성이 승합차로 프라이드 행렬을 향해 돌진한 후 마체테로 시민들을 공격해 1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으며, 이 남성은 경찰의 추적과 대치 끝에 사살됐다. 2026.7.27.
EU와 나토가 이런 사건들을 묶어 부르는 표현이 ‘하이브리드 위협’ 또는 ‘하이브리드 행동’이다. 사이버 공격·방해공작·경제적 압박·허위정보와 제한적인 군사 도발 등을 뒤섞어 상대국을 흔드는 방식이다. 정식 무력공격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수준을 유지해 상대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나토 사무차장보를 지낸 카미유 그랑 유럽항공우주·안보·방위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유럽이 이미 하이브리드 전쟁 중이며, 이제는 그 전쟁을 ‘하이브리드’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공격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랑 사무총장은 유럽 방산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최근 수개월 새 잇따라 경호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유럽 방산업체와 경영진을 겨냥한 위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EU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직접 공격할 조짐은 현재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U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행위가 정규군 공격인지, 사이버 공격이나 방해공작인지 구분해야 그에 맞는 대응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고 규정하면 투자금이 빠지고 보험료가 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비공개 장소에 있는 러시아군 통합 그룹 지휘소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2026.7.4.](https://img1.newsis.com/2026/07/04/NISI20260704_0001401166_web.jpg?rnd=20260704063409)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비공개 장소에 있는 러시아군 통합 그룹 지휘소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2026.7.4.
폴리티코는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이 대응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나토는 중대한 사이버 공격이나 다른 하이브리드 공격도 사안별 판단에 따라 무력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방위 조항인 북대서양조약 5조를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5조가 발동돼도 대응이 반드시 무력 사용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판론자들은 암살 모의·철도 폭파·폭발물 소포·사이버 공격을 서로 떨어진 저강도 사건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조직적인 공격 캠페인으로 묶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폴란드 데이터 분석기업 데이터워크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사업 대표인 파베우 비에친스키는 지난해 말 폴란드 전력망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철도 폭파, 폭발물 소포 사건 등을 들며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충돌’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정부는 당시 대규모 정전을 가까스로 피했다고 밝혔다.
그랑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조금씩 높이며 유럽이 어느 수준의 공격부터 강하게 맞설지를 떠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제 충격적이던 일도 내일이면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며 러시아가 유럽이 어디까지 참고 넘기는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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